'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94일 대장정

장아름 2023. 4.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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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로 꼽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행성들의 시간들'(제5전시관)은 환경오염·생태학적 위기·팬데믹(감염병 범유행) 등을 통해 생물과 비생물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각성을 전한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다움, 한국다움, 아시아다움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물처럼 부드럽게 퍼질 것"이라며 "광주비엔날레가 동시대 미술, 나아가 문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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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작가 79명 300여점 전시…본 전시관·외부 전시관 5곳 운영
"광주 정신 주목, 저항 공존 연대 추구하며 희망적 메시지 전해"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와 이숙경 예술총감독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5일 오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에서 박양우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숙경 예술총감독이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4.5. areum@yna.co.kr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로 꼽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5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막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79명의 작가가 300여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이자 비서구권 시각을 담은 '탈국가적 큐레이팅'을 추구해온 이숙경(54) 예술총감독이 총괄하는 본전시와 유럽·아시아 등 9개국과 협업한 국가별 파빌리온(특별관) 형태의 전시가 펼쳐진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도가의 사상을 담은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했다.

이 감독은 "부드럽게 스며들지만 바위를 녹이고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약해 보이지만 강한 힘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방법론으로 삼아 저항 공존 연대를 추구하고 탈식민주의·생태·환경 등 직면한 문제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본전시는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제1전시실은 전체가 거대한 자연과 생태의 현장이 돼 회복의 기운을 선보이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은은한 광륜'을 주제로 한 제2전시실은 5·18 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를 담은 팡록 술랍(Pangrok Sulap)의 판화 '광주 꽃피우다' 등을 통해 광주 정신에 주목하고 모든 억압받는 도시에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놀이패 '신명'과 협업해 5·1 8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도 소개한다.

'조상의 목소리'(제3전시실)는 노예제도 등 서구적 세계관이 형성한 역사를 대안적 시각에서 바라본다.

노에 마르티네스(Noe Martinez)의 '송이 3'과 도예 조각 작품들은 16세기 유럽인들에게 노예로 팔려 간 멕시코의 와스테크 선조들의 역사와 트라우마를 조명하고, 해안 생태·역사·산업을 음향으로 기록해온 타렉 아투이(Tarek Atuoi)는 한국의 장인들과 협력해 악기 및 설치물을 선보인다.

'일시적 주권'(제4전시실)은 식민주의 영향이 현재진행형인 분야나 이주·디아스포라 등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다.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의 대형 회화 '나라를 치유하다'는 치유와 돌봄의 메시지를 전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현실을 사유하는 아서 자파(Arthur Jafa)의 영상 작품 'LOML'은 애도와 비탄의 감정을 환기한다.

'행성들의 시간들'(제5전시관)은 환경오염·생태학적 위기·팬데믹(감염병 범유행) 등을 통해 생물과 비생물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각성을 전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비엔날레 전시관에는 작가 61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18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탈리아, 중국, 캐나다, 폴란드, 프랑스 등 총 9개국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광주시립미술관, 동곡미술관 등 광주 시내 곳곳의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황금비둘기상)이 신설됐고, 미술계 주요 인사(국내 2명·국외 3명)들의 심사를 거쳐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중 우수 작가도 선정한다.

개막식은 오는 6일 오후 6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다움, 한국다움, 아시아다움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물처럼 부드럽게 퍼질 것"이라며 "광주비엔날레가 동시대 미술, 나아가 문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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