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원 "쉽게 살면 재미가 빙맛?"[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이연호 2023. 4. 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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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살재빙',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줄임말
2004년 발매 거북이 히트곡 '빙고'의 가사 따와 사용
고난과 역경 등 닥칠 때 위로하는 말로 주로 사용
반대말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의미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더 스타 매거진(THE STAR MAGAZINE)’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다음 < > 속 지윤과 유진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말은?

<지윤: 유진아 생일 축하해! 선물 뭐 받고 싶은 것 있어?

유진: 응. 고마워. 받고 싶은 것 없어. 사실 생일 기념으로 엄마한테 스마트워치 사 달라고 했는데,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인기가 많아서 2주는 기다려야 한대.

지윤: 아 그렇구나. (_).>

1)갑분싸 2)알잘딱깔센 3)남아공 4)쉽살재빙

정답은 4번 ‘쉽살재빙’이다.

신조어 ‘쉽살재빙’은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의 줄임말로, 상대나 혹은 나 자신에게 격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사실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거북이’가 지난 2004년 11월 발매한 정규 앨범 3집의 후속곡인 ‘빙고’의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빙고’는 거북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로, 힘들고 고달픈 인생이라도 밝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자는 내용의 노래다.

이 노래 가사 중 일부인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Bingo(빙고)!”를 앞 글자만 따서 ‘쉽살재빙’으로 사용한다. 지난 2004~2005년에 유행하던 이 노래의 가사가 신조어를 통해 다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해당 노래가 한창 유행하던 시점에서 16년이 지난 지난 2021년부터다.

2021년 6월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 출연한 SBS 주시은 아나운서는 직장인 트렌드 키워드로 ‘쉽살재빙’을 언급하며, “2000년대를 휘어잡던 가수 거북이의 노래가 2021년에 유행어가 됐다는 게 재밌다. 이 말은 삶에 고난과 역경이 닥칠 때 위로하는 멘트로 많이 쓰인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예전과 달라진 근무 환경에 적응이 필요할 때마다 주문처럼 외운다”는 내용의 기사를 전했다.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힘든 현실에 여러 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2030세대들을 포기한 것의 수효에 대입해 ‘3포 세대’, ‘5포 세대’, ‘N포 세대’ 등으로 부르는 요즘, 2030세대들은 이 ‘쉽살재빙’을 주문처럼 외며 스스로 용기를 얻기도 한다.

가수 이찬원은 같은 미스터트롯 출신인 가수 김희재와 과거 ‘더 스타 매거진(THE STAR MAGAZINE)’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신조어 퀴즈에 임하던 중, ‘쉽살재빙’이 문제로 출제되자 “쉽게 살면 재미가 빙맛”을 정답으로 내놓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쉽살재빙’과 반대의 뉘앙스를 갖는 표현으로는 ‘복세편살’이 있다. 언뜻 사자성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말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란 의미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즐기며 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복세편살’은 미래에 대한 준비나 걱정 대신 그저 현재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을 뜻하는 욜로(YOLO)족의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는 표현으로, 국립국어원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도 등재돼 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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