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최고위원 당선 취해 당을 궁지에 몰아넣다
2001년 변호사 개업 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첫 등원했다. 19대, 20대 국회까지 3선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대변인, 전략기획본부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당직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20대 국회에 정부 예산안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지냈고,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최고 득표로 수석최고위원으로 여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스펙'만 보면 차기 대선에 도전해 볼 정도로 훌륭한 정치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수석최고위원 당선 이후 잇단 설화로 스스로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할 만큼 곤궁한 처지로 전락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얘기다.
첫 번째 설화 :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는 전당대회 이후 첫 일요일이던 3월 12일 시작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 집회를 이끈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예배에 참석한 자리에서였다. 전 목사가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반대한다"고 답한 것이 논란이 됐다.5·18 유관단체와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미묘한 시점에 호남 출신 유권자 비중이 높은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광주 5·18 묘역을 찾아 "5·18 정신은 헌법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어 자가당착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전 목사가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전라도에 립서비스한 것이냐"고 묻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들 아니냐"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곧바로 개헌할 듯이 (전 목사가) 이야기를 해 지금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립서비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두 번째 설화 :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
김 최고위원의 두 번째 설화도 전 목사와 연관이 있다. 3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김 최고위원이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우파 진영의 활동 무대가 됐다"고 언급한 것.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후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김 최고위원은 3월 30일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설화 : 제주 4·3 기념일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
"자중하겠다"던 김 최고위원의 약속은 불과 닷새 만에 공염불이 됐다. 세 번째 설화는 제주 4·3사건 추념식과 관련해 터져 나왔다. 4월 4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 "4·3 기념일은 국경일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언급,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김 최고위원의 설화가 되풀이되자 여당 내부에서조차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언한 지 며칠 지났다고 또 방송에 나와 떠들게 하고 있나"라며 "입만 열면 실언하는 사람을 징계는 못하더라도 최고위 출석정지, 언론·방송 출연정지라도 시켜라"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이 빚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 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지도부에 입성한 김 최고위원이 '승리'에 취해 자기객관화에 실패한 모습"이라며 "수석최고위원에 당선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일 수 있겠지만 내년 총선에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국민의힘에게는 중도층 민심을 끌어안아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놓여 있다"며 "당 지지층 외연 확대를 위해 앞장 서야 할 지도부 인사가 잇달아 설화를 일으켜 민심을 등 돌리게 만드는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