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펑펑 울었던 연기레슨…'미끼'=날 깨부순 망치질"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확실한건 겁은 많이 없어졌어요. 자신감을 더 많이 얻었고. 용기도 많이 얻었고."
장근석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쿠팡플레이 '미끼'(극본 김진욱 연출 김홍선)에서 강력 범죄 수사대 강력 3팀의 팀장 구도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미끼'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다. 오는 7일 공개되는 파트 2에서는 살인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그놈을 끝까지 쫓는 사람들과 서로 속고 속이는 그들 사이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예정이다.
장근석은 지난 2018년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했다. 2020년 소집해제했지만 그 이후로도 공백기가 이어졌다. '미끼'는 장근석이 5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이다.
이날 장근석은 "나 스스로도 5년 만에 컴백을 하면서 딱딱해 보이지 않을까,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고민을 했다. 다른 배우분들이 이끌어주셔서 잘 녹아내릴 수 있었다"며 "첫 촬영에서 바로 희열을 느꼈다. 이 작품을 하기 전 스스로 굳어있었던 면이 있었다. 몇 달 정도 연기 레슨을 받고 준비하면서 첫 촬영을 했을 때 긴장과 설렘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다. 첫 테이크에서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주셨을 때 '내가 이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구나'하고 스스로가 느끼는 희열과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한 신 한 신을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흥분감. 그런 것들이 모여서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 아동복 카탈로그 모델로 데뷔한 장근석은 어느덧 31년 차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장근석은 몇 달간 연기레슨을 받았다. 의아해하는 주변 반응에도 장근석은 담담했다. 기억은 남아있어도 그걸 꺼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내 안의 세포를 깨우고 일종의 스트레칭을 하는 기분으로. 처음부터, 호흡법부터 다시 시작하며 대학생 때와 아역 때를 떠올렸다. 겸손해졌던 시간. 적당한 긴장감이 적당한 겸손을 만들었다. 장근석은 연기레슨을 좋은 시간이라 회상했다.
"처음 연기 레슨 주제가 '왜 레슨을 하려고 할까' 이거였어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작업이 아니라 제 안에 있었던 감각들을 깨우는 작업이었어요. 무언가 새로운 기교를, 테크닉을 만든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레슨이 큰 범위에서 의미를 주기보다 저에게 물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화분에 물을 주듯. 아무리 경력이 오래됐더라도 그런 곳에서 오는 스스로의 무언가가 좀 필요하고. 내가 필요하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 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하겠다고 해서 연기 선생님 몇 분을 컨택하고 진행했어요."
장근석은 "첫 회 수업에서 내가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감정을 100% 표현하지 않고 사는데 배우들은 그 이상을 만들고 뽑아내야 한다"며 "캐릭터가 아니라 지금까지 나의 삶에 있어서 지금까지 누가 제일 그립고 원망스럽고 이런 걸 시작하면서 마인드맵을 그려갔다. 나중에 내가 서럽게 울고 있더라. 선생님이 '너 이제 반은 된 거야'라고 하셔서 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 메마른 감정에 물을 준다는 게 그런 거였다"고 연기레슨에 대해 설명했다.
5년 만의 복귀작 '미끼'는 장근석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5년 간의 공백기로 드라이해지고 건조해졌을 때. '아시아 프린스' 같은 반짝반짝한 이미지가 쫙 빠졌을 때. 제로베이스에 선 장근석의 손에 가장 빠르게 읽혔던 글이 '미끼'였다. 초연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무언가 싹 빠져버리고 짐이 다 없어져버린 타이밍에 '미끼'가 장근석에게 왔다.
그리고 '미끼'를 통해 장근석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수염을 기르고 가죽점퍼를 입고 거친 액션을 선보였다. 그런 구도환을 위해 장근석은 김홍선 감독과 많은 토론을 나누고 다양한 의견을 내며 깊은 고민을 했다. 배우란 자신의 삶에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 또한 연기해야 하는 일이기에.
"수염 같은 경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어요. 1mm, 1mm가 다르거든요. 처음에는 감독님과 호기롭게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사실 저도 좀 어색하지 않을까 의심도 했는데. 그걸 명분 있게 설명하는 게 캐릭터 표현 능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사전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구도환에는 장근석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그는 "1차 대본은 훨씬 더 드라이했다. 구도환의 배경이 조금 부족하진 않을까, 이걸 보는 시청자들이 구도환의 서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구도환이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집에 혼자 누워있다던가. 모니터를 보다 동생에 대한 기억이 나서 눈빛이 확 변한다던가. 그런 부분들 하나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근석은 "'나는 달라졌어!' 하면서 '미끼'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 5년 동안 쉬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되게 많은 마인드맵이 있었다. 이제는 좀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좀 더 모던해져야 하나, 점잖아져야 하나. 이런 고민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자연스러운 건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더라. 처음에는 나도 이제 무게도 잡아보고 근엄한 모습을 보여야 하나 생각했는데. 내 팔자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앞서 지난 1월 '미끼' 기자간담회에서 장근석은 '미끼'를 통해 뻔한 자신을 깨부수고 싶은 욕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장근석은 "'미끼'를 하면서 들어오는 대본의 장르가 많아졌다. 뭔가 부수긴 부쉈나 보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든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이 친구가 이런 것도 하네. 그럼 이것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 조금은 망치질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이어 "차기작으로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또 어떻게 나를 부술지 궁금하다. '미끼'를 통해 '예쁘장한, 샤방샤방한 로맨틱 코미디를 하겠지'라는 생각을 부쉈다"며 "두 번째는 뭐가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관념들, 이미지를 부수는 게 되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장르에 대해서는 '미끼'로 큰 용기를 얻어서 두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근석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미끼' 파트 1은 전 세계 186개국 공개, 해외 평점 9.4,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장근석은 "이런 것들이 많이 힘을 나게 한다. 촬영이 끝났다고 '그만' 이런 게 아니라. 애정을 갖고 서로 결속하면서 홍보도 더 열심히 하자는 응원도 되고 뿌듯하기도 하다. 5년 만에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구나 안도되기도 하고. 함께 작품을 한 동료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미끼'는 인간 장근석이 가장 행복했을 때 선택한 작품이다. 앞으로 보여줄 인간 장근석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그는 "어떤 모습이든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내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도 나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캐릭터도 다 해내야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할 거야' 아직도 이 마음이다. 그냥 그 나이 때의 내가 느낄 수 있는 것 중 할 수 있다면 해낼 거다.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라면 정말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 싶어서 하는 작품일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예전에는 제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포인트가 가벼워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건가. 그러면서 겁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말을 할 때 '이건 조심해야 해' 하면서. 그게 저답지 않아서 거짓말하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흘러가서 제가 어떻게 변한다면 그게 저인 것 같아요."
[쿠팡플레이 '미끼'에서 구도환 역을 맡은 장근석. 사진 = 쿠팡플레이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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