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런 일이" "대선 개입 마"…기소된 트럼프의 연설

김종훈 기자 2023. 4.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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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플로리다 복귀해 마러라고 별장서 연설…일부 방송은 연설 장면 내보내지 않아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별장 '마러라고'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방송 화면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내가 저지른 범죄가 있다면 미국을 파괴하려는 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킨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소인부 절차를 밟기 위해 뉴욕 법원에 다녀온 뒤 저녁 플로리다 별장 '마러라고'에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자신과의 성관계를 언급하지 않는 대가로 13만 달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법률비용이 지출된 것처럼 기록을 조작한 것 등 34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내년 대선 개입 목적으로 기획된 가짜"라며 "이러한 개입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진보세력뿐 아니라 민주당 강경파들도 범죄 혐의는 없다고 한다"며 "혐의 자체가 제기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별장 마러라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형사사건을 맡게 된 앨빈 브래그 지검장과 재판장인 뉴욕형사법원 후안 메르찬 판사도 싸잡아 비난했다. 브래그 지검장에 대해서는 "조지 소로스가 뒤를 봐주는 급진 좌파 검사"라며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기소를 한 달이나 연기하다 우스운 내용의 공소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래그 지검장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그의 지시를 따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주장은 거짓이라고 CNN은 부연했다.

메르찬 판사에 대해서는 "본인과 아내까지 모두 나를 증오한다"며 "메르찬 판사의 딸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측에서 일하고 돈을 받은 인물"이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메르찬 판사의 딸은 '어센틱'이라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측 용역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법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CNN은 전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지옥으로 가고 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 문제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의 컴퓨터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바이든 일가가 범죄자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헌터 바이든은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미 해군 예비군에서 퇴출된 데다 미망인이 된 형수와 교제하는 등 사생활 문제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문제의 노트북은 2020년 헌터 바이든이 수리점에 맡긴 것인데, 미국 내 보수진영은 이 노트북에서 바이든 대통령 본인과 일가의 비리 증거가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여러 언론매체와 분석가들이 기기를 검증한 결과, 헌터가 본인 일에 가족 이름을 이용한 적은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비리라고 할 만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FBI 압수수색 당시 마러라고에서 정부 기밀문서가 발견된 사건도 언급했다. 발견된 기밀문서 중에는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과 중국 핵시설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기록물법의 보호를 받는다"며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어 "관련 기록물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하기 위해 내 팀이 협상 중"이라고 했다. 미 법무부 지명을 받아 기밀문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에 대해서는 "광기에 빠졌다"(lunatic)라며 "나를 찍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서도 사법체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법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법무부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연설 현장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결집했다. 지지자들은 "USA"를 외치면서 노래 '프라우드 투 비 어 어메리칸'('미국인이어서 자랑스럽다'는 뜻)을 열창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신이 미국을 축복하길"(God bless USA)이라고 응답했다.

WP 등 외신들은 현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현장과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MSNBC 등 현지 방송매체 일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연설 장면을 송출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 세력 결집을 목표로 가짜뉴스를 유포, 대중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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