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불이 영광으로 간데…아이고 다행”…광주시장 또 실언 논란
‘함평 산불, 광주로 오지 않고 영광으로 향해 다행’ 속내 밝혀
시민 “재난 갖고 장난치는 것이냐…농담이라도 부적절” 비판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한 식목 행사장에서 재난 상황을 두고 악담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시장은 전날 전남 함평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광주로 넘어오지 않고 영광 방향으로 번져 다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발언의 속뜻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논란 자체만으로 광주시엔 날벼락이다. 가뜩이나 강 시장의 잇단 발언 파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광주시에 한 가지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바람 잘 날 없는 광주시…'악재' 추가
강 시장은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첨단생태공원에서 지역 사회봉사단체 회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도심 속 기후극복 나무심기사업' 행사에 참석했다. 사달은 축사에 나선 강 시장이 '식목 못지않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날 발생한 함평지역 산불을 예로 들면서 났다.
강 시장이 이날 행사에서 한 말이다. "어제(저녁) 함평군수 한테 전화를 드렸어요. 함평에 불난지도 사실은 몰랐어요. 우리 지역이 아니다보니까. 저녁에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는데 불이 광주로 넘어온다고 하는 거여요. 바람에. 그래서 함평(상황)이 걱정됐어요, 사실은. 광주로 불 넘어오면 또 내가 나가야 된다고 걱정되는 순간에 (전화를) 드렸더니 뭐라고 하시냐면 (군수께서)광주는 걱정 없고 (산불이)영광으로 간다고 해서 제 속마음이 아이고 다행이다…."
국어사전에서 '다행'은 뜻밖에 일이 잘돼 운이 좋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 시장의 발언을 여기에 대입하면 '뜻밖에 함평에서 발화된 산불이 광주로 넘어오지 않고 영광 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퇴근 후 다시 산불현장에 나가지 않게 돼 운이 좋았다'가 된다.
시민들 '어이없다' 반응…"산불 진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인접지역 긴급재난에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협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재난이 타 지역으로 비켜가 다행이라는 식의 사고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웃인 전남의 인접 시군과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광주시장으로서, 지자체 재난 최고책임자 직책으로서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광주 시민 김숙희(45·광주 북구)씨는 "산불이 광주만 비켜 가면 다른 지역으로는 번져도 괜찮다는 말이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난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냐. 광주시장의 인식에 할 말을 잃었다"며 "설령 농담이나 덕담이라도 해도 부적절하다"고 성토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 시장과 함평군수가 전화 통화한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3일 오후 10시 30분에 함평의 산불 대응단계가 3단계로 상향됐다. 이날 낮 12시19분께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대동저수지 일대에서 양봉장 불씨가 산림으로 비화해 발생한 산불이 밤새 이어졌다.
당시 함평지역 일부 주민들은 산불을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하는 등 군민들은 큰 피해 없이 산불이 진화되길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함평과 인접한 영광지역 주민 또한 강풍에 불씨가 옮겨 붙을까 봐 안절부절 못했다. 이 불로 현재까지 공장 4동, 축사 2개소, 비닐하우스 2개소가 전소됐고 주민 43명이 백운경로당 등 3개소로 대피했다.
화마는 발화지점인 함평 대동면에서 신광면 방향으로 번졌고, 이곳과 영광군 불갑면이 맞붙어 있다. 따져보면 이날 산불은 애초부터 방향이 반대인 광주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런데도 강 시장이 굳이 이날 행사에서 산불 얘기를 꺼냈다. 축사 전후 맥락을 보면 식재 후 나무 돌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실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잇단 문제적 발언…광주·전남 상생에 '찬물'
강 시장의 발언 파문은 이번뿐만 아니다. 강 시장은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을 수용하는 듯한 말로 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도의회가 강 시장의 '함평군 광주시 편입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이전 간담회에서 "광주 군공항을 무안공항에 통합시켜 그곳에 한국공항공사를 유치하겠다"고 발언해 무안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분리 수순을 밟은 것도 강 시장의 검토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강 시장의 '좌충우돌' 행보가 시정에 짐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갈등을 키우며 광주전남 상생발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공무원은 "광주와 전남이 상생해도 모자랄 판에 142만 시민을 대표하는 광주시장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듯 잇단 문제적 발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 강기정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기업 ‘평균 연봉 1억원 시대’…2억원 넘는 곳 보니 - 시사저널
- 권도형, 몬테네그로 경찰에 “도피 중 세계 곳곳서 VIP 대접받아” - 시사저널
- 교촌치킨 가격 올린다…‘교촌 오리지날’ 1만9000원으로 - 시사저널
- 넷플릭스 K콘텐츠, 봉인 풀리니 ‘승승장구’ - 시사저널
- 푸틴의 또 다른 전쟁범죄,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의 실상 - 시사저널
- 日 원전 오염수 이대로? 한·일 관계 진짜 ‘뇌관’은 6월에? - 시사저널
- 불법 청약 브로커에 ‘수사무마’ 대가 3500만원 받은 경찰 - 시사저널
- 쉬어도 그대로인 ‘만성피로’…의외의 해법 있다? - 시사저널
- 잠 적게 자면 ‘뇌 청소’ 기능 떨어져 치매 위험 커진다 - 시사저널
- 등산, 그냥 갔다간 큰코 다친다…안전 위한 요령 3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