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쓰인 마취제, 연예인들도 손댄 신종 마약”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핵심이 ‘약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마취제 성분의 액체가 강남권에 다량 유통된 신종 마약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연예인들이 약물로 많이 검거되는데 그들이 쓰는 불법 유통되는 약물 중 하나”라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병원에서 쓰는 마취제지만 유흥가 등지에서는 마약처럼 불법 유통돼 최근 연예인들이 검거된 사건에서 사용된 약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소위 마취제로 알려진 약물을 (범행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이 약물을 피해 여성에게 주사했다”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약물 과용으로 호흡 정지가 와서 질식한 것처럼 보이는 (피해자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추정했다.

또 “납치범들은 피해자 여성에게서 돈을 뺏고 죽이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장비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나왔고 대청호에 미리 답사를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상식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부분 사망을 예견한 것 같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게 단순히 코인 사업을 하는데 가담한 불법적인 이익을 노린 집단의 일인지 아니면 약물까지 등장했으니 그들 중 누군가 약물 유통에도 관계가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며 “피의자 이모(35)씨가 검거된 곳도 성형외과”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서울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에서 발견된 혈흔이 있는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의 액체가 이 병원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했다.

이 병원은 납치?살해를 제안하고 계획한 주범 이씨의 아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이씨는 범행 사흘째인 지난달 31일 오후 이 병원이 있는 건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물증과 자료가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