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치토커’ 케빈 홀랜드 “내 성격이 그래…은퇴 선언은 농담이었다” [찐팬의 UFC TALK]

이희진 2023. 4. 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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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곤의 ‘TMT’(투머치토커) 케빈 홀랜드
“경기 전략 아니고 그저 내 성격일 뿐”
은퇴 선언은 농담…싸울 수 있어 좋아
“폰지니비오 KO로 이길 것” 타격전 예고

2020년 다섯경기에 출전해 모두 승리하며 ‘완벽한’ 2020년을 보낸 UFC 미들급 파이터 케빈 홀랜드(31·미국). 2021년 3월, 기세를 몰아 미들급 랭커 데렉 브런슨(39·미국)을 상대한다. 브런슨은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미들급 랭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브런슨은 당시 ‘톱컨텐터’(타이틀전에 도전할 수 있는 최상위 랭커) 감별사, 일명 ‘문지기’였다. 브런슨을 이긴 선수 중 몇몇은 추후 타이틀전을 치러 챔피언이 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근까지 미들급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이스라엘 아데산야(34·뉴질랜드)다. 반면 브런슨에게 진 이들은 여지없이 하락세를 겪었다.

UFC 미들급 파이터 케빈 홀랜드가 5일 세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웃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신예 홀랜드에겐 무엇보다 중요했을 경기. 아쉽게도 홀랜드는 이날 경기에서 5라운드 만장일치 패를 당했다. 경기 내내 브런슨의 레슬링에 고전해 ‘바닥청소’를 면치 못한 탓이다. UFC 팬들은 이날 경기 결과도 결과지만, 홀랜드의 ‘입’을 더 기억한다. 평소에도 경기 중 말을 많이 하는 홀랜드는 본인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말을 했다.

그중 백미는 홀랜드가 쉬는 시간 경기장에 나와 있는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5·러시아)에게 건넨 말이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직전 해 저스틴 개이치(미국·35)를 상대로 한 라이트급 방어전에서 승리한 뒤 은퇴를 선언한 터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압도적인 레슬링을 바탕으로 종합격투기 29전 29승0패를 기록했다. 변수가 많은 종합격투기 특성상 세계 최고 레벨의 UFC에서 무패로 은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 어려운 걸 해낸 선수다.

“레슬링 조언을 좀 줘. 나 지금 경기에 써먹게. 무슨 말인지 알지?” 홀랜드 말을 들은 누르마고메도프는 그저 웃었다.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던 중, 5라운드 2분쯤 홀랜드가 브런슨을 테이크다운하는데 성공했다. UFC 해설진은 “UFC에서 한 번도 테이크다운을 한 적 없는 선수인데, 테이크다운을 하겠다고 한 뒤 이를 성공했다”며 놀라워했다. UFC 해설진이 하는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홀랜드는 브런슨이 밑에 깔린 상황에서 “내가 말했지, 내가 말했잖아”라며 테이크다운 성공을 기뻐했다.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종합격투기에서 경기 중 말을 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것도 홀랜드처럼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선수는 없다. 독보적인 캐릭터다. 홀랜드는 5일 세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저 내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홀랜드는 8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UFC287에서 산티아고 폰지니비오(37·아르헨티나)와 붙는다. 경기는 미들급이 아닌 웰터급으로 치러진다.

홀랜드는 가장 최근 경기(지난해 12월)에서 웰터급 랭커이자 ‘타격 도사’인 스티븐 톰슨(40·미국)에게 4라운드 닥터스톱에 의한 TKO 패배를 당했다. 경기 초반 오른쪽 손에 골절상을 입었고, 이를 감수한 채 싸워보려 했으나 경기를 끝까지 이어나갈 수 없었다. 홀랜드는 ‘손 상태가 어떻냐’는 질문에 “싸울 만큼 충분히 회복됐다”고 했다.

홀랜드는 주짓수에 일가견이 있다. 리어네이키드초크와 다스초크, 브라보초크 등 다양한 기술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경기에서도 주짓수를 활용할 기회가 있었다. 2라운드에 톱 포지션을 점했고, 톰슨이 밑에 깔렸다. 타격은 좋지만 그라운드는 약한 톰슨을 상대하는 홀랜드에겐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홀랜드는 톰슨을 일으켜 세웠다. 그라운드 대신 타격전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의지였다.

그때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을까. 홀랜드는 단호하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홀랜드는 “경기 전 내가 타격전을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냐”며 “그 말을 지킨 것뿐”이라고 밝혔다.

홀랜드 폰지니비오 포스터
이번주 토요일 상대하는 폰지니비오는 웰터급 전통의 강자다. 묵직한 타격이 강점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UFC 웰터급에서 7연승을 거뒀다. 한창 분위기가 좋았지만 병이 그의 커리어를 망쳤다. 2019년 12월 UFC 웰터급 전 챔피언인 로비 라울러(41·미국)와의 경기가 추진됐지만, 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까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낸 폰지니비오는 2021년 1월에서야 옥타곤에 복귀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선 알렉스 모로노(33·미국)를 KO로 꺾었다.

홀랜드는 폰지니비오와의 경기 오퍼가 들어왔을 때 싸울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그는 “경기 오퍼가 들어왔을 때 그저 다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며 “다시 싸울 수 있게 돼 신난다”고 말했다.

경기 계획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상대보다 세게 때려눕히고 KO시키는 것. “다른 경기랑 다를 바 없어요. 그저 상대가 저를 때리는 것보다 더 세게 상대를 때리고, 바닥에 눕히는 거죠. 기절을 시키고, 전 집에 가면 됩니다. 끝이죠.”

홀랜드는 “아주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내가 먼저 들어가 압박하겠다”고 했다.

이번 경기는 홀랜드가 UFC에서 뛰는 두 번째 웰터급 경기다. 이번엔 웰터급 오퍼가 와서 수락했지만, 다음 경기는 미들급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들급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감량하는 걸 좋아하는 파이터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홀랜드는 “UFC에서 제안하는 싸움을 할 것”이라며 “나는 UFC에 소속된 회사원일 뿐”이라고 했다.

홀랜드는 지난해 9월 함자트 치마예프(29·스웨덴)에게 진 뒤 소셜미디어로 은퇴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나이도 어린 데다, 전성기 기량을 가진 상태에서 은퇴를 선언해서다. 홀랜드는 “은퇴 선언은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한동안은 홀랜드의 경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케빈 홀랜드
홀랜드는 실생활에서도 이야깃거리가 많다. 다친 사람을 돕고, 강도를 잡는 등 영웅 역할을 마다치 않는다. 2021년 자동차 강도를 추격해 붙잡은 홀랜드는 지난해에도 여러 번 주위 사람들을 도왔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휴스턴 한 레스토랑에서 공중에 대고 총을 쏘던 강도를 잡았다. 홀랜드는 범인이 다른 곳을 보는 사이 덤벼들어 범인을 제압했다고 한다. 범인으로부터 총을 빼앗은 뒤에야 홀랜드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엔 교통사고가 난 운전자를 구출하기도 했다. 당시 운전 중이던 홀랜드는 트럭이 전복해 있는 걸 보고 차를 세운 뒤 트럭으로 뛰어갔다. 트럭 위로 뛰어오른 홀랜드는 문을 열었고, 운전자를 꺼냈다. 홀랜드는 ‘MMA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난 운전자를 트럭에서 꺼냈고 당시 겁이 났다”며 “차에서 액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홀랜드는 이날 인테뷰에선 “너무나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홀랜드는 이 같은 행동을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을 도와줘야 할 상황이 생겼을 뿐이고, 자신은 할 일을 한 것이라는 거다. 홀랜드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런 일들이 그냥 생긴 것”이라며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홀랜드에게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계속 싸우고 도전해라. 매일 싸워라. 멈추지 말라.”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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