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판치는데 누가 빌라 사나…2월 전국 주택거래 80% 아파트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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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셋값 하락에 전세사기 여파
서울빌라매매수급지수 81.7, 전국 평균 밑돌아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다세대·연립주택 전세를 찾는 청년층이 크게 줄고 있다. 사진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진 서울 화곡동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전경. [이충우 기자]
집값 급등기 ‘아파트 대체재’로 청년들과 신혼부부, 저소득층 위주로 찾던 빌라(다세대주택·연립주택)의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면위로 떠오른 ‘빌라왕’ 전세사기 여파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며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여기에 정부가 ‘1·3 대책’ 등을 통해 대출과 세제, 청약 규제 등을 대거 완화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월세 거래를 제외한 전국 주택거래량 총 7만7490건 가운데 아파트 거래량은 6만3909건(82.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같은 아파트 거래비율은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월별 기준 최고치다.

전국 주택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세종시의 주택거래 779건 중 아파트 거래는 763건으로 아파트 거래 비율 무려 97.9%에 달했다.

이어 대전 92.6%, 울산 90.1%, 대구 89.4%, 경남 89.2%, 광주 88.8%, 경기 84.2%, 서울 82.5%, 충남 82.4%, 부산 81.8%, 인천 78.9%, 충북 77.1%, 강원 76.3%, 전북 74.1%, 전남 72.8%, 경북 70.7%, 제주 34.3%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국 빌라 거래비율은 역대 최소치를 보였다. 올해 2월 전국 빌라 거래량은 7021건으로, 거래 비율은 9.1%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별 기준 가장 낮은 비율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연구원은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여력도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아파트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헀다.

빌라 전세·매매 ‘빌라왕 사태’ 이후 내리막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거래량도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한국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빌라 전세거래량은 8614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8.2% 감소했다. 반면,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2월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만4906건으로 작년과 비교하면 7.4%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10월 4만8857건 이후 거래량이 매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27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2건)과 비교하면 4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1만2739건에서 9511건으로 25% 줄었다.

임차인의 외면을 받자 가격도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작년 11월 기준 422만원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415만원까지 하락했다.

서울 단독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 296만원에서 지난달 256만원으로 4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5월까지만해도 아파트와 빌라 거래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오래된 비싼 아파트보다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연식이 오래되지 않아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저소득층이 내 집 마련을 하기 비교적 수월했기 떄문이다.

빌라의 경우 작년 1월 1만 771건에서 5월 1만6767건으로 55.7%, 아파트는 지난해 1월 2만4465건에서 5월 3만7124건으로 51.7% 증가했다.

하지만 ‘빌라왕 전세사기’가 터진 이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빌라왕은 지난해 10월 무자본 갭투자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하면서 집중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빌라의 매매 거래량은 8095건으로 전월(8540건) 대비 5.2% 감소했다. 이후 13.5%, 10.8%, 23.6% 등 거래폭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비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만8570건으로 전월(1만8028건) 대비 3% 증가했다. 역시 거래량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감소폭은 1~2% 수준이다.

“빌라 거래량 더 줄어들 것”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아파트 전셋값까지 떨어지면서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년전과 달리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빌라가 가격경쟁력을 잃은 데다,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한 자금마련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증보험 문턱을 높이면서 매수세도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으로 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100%에서 90%로 낮췄다.

전세가율 계산에 활용하는 공시가격 기준도 집값의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대폭 낮아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셋값 상한선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무너지면서 빌라를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치(82.3)를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이 수치보다 낮으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과거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빌라로 수요가 유입됐었고, 빌라의 경우 갭투자가 많았는데 현재 갭투자를 하기에는 부동산 시장 여건이 안 좋아졌다”면서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까다로워진 부분도 투자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라 빌라 거래량은 앞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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