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ye] "신나라 삭제, 가능할까?"...가요계, 보이콧의 한계와 대안
[Dispatch=구민지기자] 신나라에 가면, 아이브가 있다. 신나라에 가면, 지수도 있다. 신나라에 가면, 뉴진스도 있고, NCT 도재정도 있고, 세븐틴도 있다.
'스타쉽'은 가요계 최초로 신나라(레코드) 보이콧을 선언했다. WM, IST, 플레디스, SM 등도 신보 예약 판매 공지에서 신나라를 제외시켰다.
하지만, 신나라의 앨범 리스트는 그대로다. 달라진 게 없다. 가요 기획사의 '언플'(언론 플레이)일까. 아니면, 음반 유통의 구조적 문제일까.
'디스패치'가 신나라 논란을 살폈다. 우선, 4~6월 컴백 예정인 소속사 18곳에 전화를 돌렸다. 음반산업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문제와 한계, 대안 등을 'Q&D'로 풀었다.
신나라는 '아가동산'의 교주 김기순이 만든 레코드사다. 지난 1982년 설립됐다. 신나라는 '아가동산'의 주요 수익원이다.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국내 가요 시장에서의 비중도 상당하다.
Q. (가요 기획사는) 신나라 문제를 알고 있었나?
D (14개 소속사) :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가동산'이라는 사이비 집단이 만든 회사 정도? 그렇다 해도 김기순이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충격이 크다.
Q. 앨범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D : (기획사) 대부분 유통사와 대행 계약을 맺는다. 기획사와 유통사가 계약을 맺고, 유통사가 (앨범을) 신나라 등의 음반 판매처에 납품하는 구조다.
Q. 신나라 입지는 어떤가. 음반 판매에 절대적인가?
D : 과거 '온신오핫'이라는 말이 있었다. 온라인은 신나라, 오프라인은 핫트랙스. 실제로, 신나라에서 팬 이벤트도 많이 진행했다. 그래도 신나라 비중은 많이 줄어들긴 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 않나. 소속사 자사몰도 많아졌고...
Q. 계약 구조가 궁금하다. 누가 갑이고, 을인가?
D : 제작과 유통의 관계에서는 기획사가 '갑'이고, 유통사가 '을'이다. 유통과 판매에 있어서는 유통사가 '갑', 판매처가 '을'이다. 예를 들면, 스타쉽(기획사)이 갑, 카카오(유통사)가 을, 신나라(판매처)가 병인 셈이다.
Q. 기획사가 판매 금지를 요청하면 안 될까?
D : 갑과 을의 관계로만 따지만 그렇다. 하지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단발성 계약이라면 "이 앨범을 (신나라에) 주지 말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기획사와 유통사, 신나라는 이미 오랜 기간 계약에 의해 얽히고설켜있다.
Q. 오랜 기간? 예를 들면?
D : (이해를 돕기 위해) A기획사를 예로 들어보자. 신인 아이돌 신보를 뺀다고 하자. 그렇다면, 선배 그룹의 과거 앨범은? 선배 가수의 재고 물량은? 이미 기획사와 유통사, 판매사는 오랫동안 거래 관계를 유지했다. 새 앨범을 빼는 순간, 과거 (재고) 물량도 빼야 한다.
Q. 재고 처리가 문제다?
D : 그건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기획사는 유통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유통사가 신나라와 거래한다. 해외 공구는 어떨까. 해외 팬들이 신나라에서 구매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Q. 신나라 공급을 차단할 방법이 없는 건가?
D : 만약 판매 과정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자. 기획사나 유통사가 계약 위반을 근거로 판매 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신나라 회장의 개인적인 문제(사이비)는 계약상 귀책사유가 아니다. 강제로 (앨범을) 뺄 수 없다.
Q. 유니클로 불매 운동이 떠오른다.
D : 맞다. 반일 감정이 한창일 때, NO JAPAN 운동이 일었다. "유니클로를 입지 말자"는 (불매) 운동도 벌였다. 그렇다고, 유니클로 앞에 바리케이드를 칠 수 있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뿐, 불매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또 있다.
Q. 또?
D : 중소 기획사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어떡할 것인가. 일명, MG(미니멈 개런티)도 그중 하나다. 신나라 등은 중소 기획사에 최소 보장 금액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이번에 2만 장 미리 사겠다"며 선납금을 주는 식이다. 만약 MG를 미리 받았다면 앨범을 빼는 건 불가능하다.
Q. 기획사의 움직임은 어떤가?
D : 신나라를 배제하려는 분위기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앨범 판매처 공지에서 신나라를 제외하는 것이다.
Q.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D : 사실, 신나라가 아니어도 구입할 곳은 많다. YES24도 있고, 알라딘도 있다.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게 유도하면 된다. 이를 통해 팬들의 현명한 소비를 도울 수 있다. 스타쉽이 스타트를 잘 끊었다.
Q. 공지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은?
D : 팬 이벤트를 제외하는 움직임도 많다. 예를 들어, 신나라 구매 특전 등을 없애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신나라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것에 뜻을 모으고 있다.
Q. 유통사 재계약 기간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나?
D : 지금 당장은 확답이 어렵다. 만약 해외 레코드사가 신나라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자. 해외 판매를 포기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미디어 신나라'의 2021년 매출액은 765억 6,100만 원이다. 사원수는 50명. 하지만 모두 '아가동산' 신도는 아니다. 직원들 중에는 종교와 상관없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불매운동은 생존권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대안은 없을까. '디스패치'가 이단맵닷컴 대표 김현식 목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단 피해 사례와 대안 등을 물었다.
Q. 이단 관련 기업이 많은가?
D : 아가동산 뿐만 아니라, 신천지, 통일교, JMS 등 대부분의 이단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종교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Q. 종교와 상관없는 사원들도 있나?
D : 해당 종교와 관계없는 직원들도 있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 불매 운동을 벌인다면,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단 종교 관련 기업일 경우 정도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불매를) 진행해야 한다.
Q. 이단 기업 피해자를 위한 제도는 없나?
D : 이단 기업 대책 기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인 문제의 경우 법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는 민감하다. 제도화를 하기에 한계가 있다.
Q. 이단 문제는 꾸준히 있어왔다. 방법이 있을까.
D : 지난 2018년, '신천지 청춘반환소송'이 있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주도로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탈퇴자의 손을 들어줬다.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그렇다고 이 소송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단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진 않다는 것. 피해자의 유일한 대응은 소송이기 때문이다.
Q. 소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D : 신천지 탈퇴자가 정신과 검사를 받았고, '종교중독' 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종교 단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것이 증명됐다.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단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게 증명된다면, (소송에) 도움이 된다. 정상적인 삶이 힘들어졌다면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를 통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통해, 이단 집단의 사회적 문제가 부각됐다. 가요계는 판매처 삭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의지, 아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에 나섰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모든 팬덤이 '나는 신이다'를 본 건 아니다"면서 "기획사가 공지하고, 팬덤이 나서고, 팬들이 인지하면 신나라의 점유율은 줄어들 것"이라며 긍정적 '입소문'을 기대했다.
아직까지, 근원적인 해결 방안은 없다. 가요계의 '보이콧'을 완성할 마지막 단추는, 결국 소비자다. 팬들의 똑똑한 소비가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디스패치는 스타쉽, WM, IST, SM, 플레디스, 하이업, 빅히트 뮤직, 큐브, 아이디어뮤직, 쏘스뮤직, 마루기획, 미스틱, 팝뮤직, JYP, 스타제국, 슈퍼벨컴퍼니, 웨이크원·스윙, RBW 등 18개 기획사에 신나라 관련 문제를 문의(Q)했습니다. 그들의 답변을 종합해 정리(D)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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