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선물 지수 등락 베팅’ 3300억대 불법 도박장 운영 일당 검거

불법 선물·옵션 투자형 범죄 조직도. 강원경찰청 제공

무허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제공해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3300억원대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경찰청은 도박공간 개설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6개 조직 46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이들 사설 업체에 회원을 모집해 주는 등 범행에 가담한 인터넷 방송 BJ 등 회원모집책 64명을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했다.

이들 조직은 201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년간 서울 강남과 경기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약 3만 명가량의 회원에게 무허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제공해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수법으로 3300억원대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조직의 계좌에 입금된 규모가 33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A씨 등 6개 업체 운영 공범과 회원모집책이 얻은 범죄수익금이 2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취한 범죄수익금 전액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회원모집책은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구독자들을 상대로 “사설 업체가 투자 안전성이 높다”고 홍보해 가입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투자금이 당일 모두 청산되는 데다 선물 지수를 쉽게 예측할 수 없어 사실상 이용자들이 이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이용자들의 손실금은 사설 업체 운영자와 회원모집책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설 선물 거래 업체를 운영하면 자본시장법뿐 아니라 도박공간 개설로 처벌된다”며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도박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설 HTS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한 개발자를 추적하는 한편 같은 방식으로 사설 업체를 운영하는 조직과 회원모집책을 끝까지 추적해 금융투자형 도박장 범죄를 근절할 방침이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