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中 방문하는 유럽 두 지도자의 동상이몽 [특파원+]

이귀전 2023. 4. 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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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기업인 대거 동행 중국과 관계개선 목적
EU 위원장은 우크라 사태에 대한 중국 태도 비판…중재
中, 마크롱은 국빈 초청, EU 위원장은 합의에 따른 방문

중국을 함께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서로 입장의 차이를 확인할 것으로 관측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드코로나로 전환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목적인 반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재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사흘간 중국에 머무는 두 유럽 지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6일 3자 회동을 가진다. 이번 정상회담의 키워드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담을 열기 전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5∼7일 함께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은 유럽에 미국의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영역에서 디커플링 시도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함으로써 서방의 중국 포위 연대에 균열을 만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특급 의전과 함께 경제협력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기업에 굵직한 계약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반대급부로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 또는 공급망 안정 수호 관련 메시지를 끌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는 에어버스, 로레알 등 60개 프랑스 기업 대표들이 동행한다. 또 중국 개봉을 앞둔 영화의 감독 등 프랑스 예술계 인사와 중국으로부터 판다를 대여받은 프랑스 동물원 대표도 함께 간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3년간 이어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불안정한 기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 다시 연결할 필요가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종식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겠지만 너무 강하게는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간 회담에선 대만과 인권 등 민감한 문제들도 논의되겠지만 주요 의제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됐다. 대신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의 주요 수출 기지이자 시 주석의 가족과 관련이 있는 광둥성에서 최소 한 차례 시 주석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 주석의 아버지(시중쉰)는 1980년대 광둥성의 대표였고 개혁·개방을 개시했기에 광둥성은 시 주석과 직접 관련이 있다”며 “시 주석의 부인도 여러 차례 캔토니즈(광둥화) 가극에서 노래했다. 이는 우리가 광둥성에 가려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 방문 전부터 “중국이 푸틴의 전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가 향후 EU·중국 관계에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정상회담에 대해 “시 주석은 잔혹하고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를)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푸틴의 러시아와 '무제한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EU 포괄적 투자보호협정(CAI)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중국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의 소통 때 공중에 떠버린 CAI를 되살리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CAI는 양측 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한 협정으로, 2020년 말 원칙적 타결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EU와 중국이 갈등을 빚자 유럽의회가 비준을 보류하면서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AFP·연합뉴스
SCMP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강경한 대중국 비판자 중 한명인 폰데어라이엔은 이 연설을 통해 정치적·경제적으로 EU의 대중국 접근을 강화하려고 했다”며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호주, 인도, 일본의 관리들과 면밀히 협의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EU 중국 대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을 국빈 초청했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과 EU간 합의에 따른 방문’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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