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다시 액션? 이젠 NO, 이걸로 졸업했죠" [인터뷰]①

김보영 2023. 4.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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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 비영어 부문 세계 1위…"순위 위해 열심히 스밍 중"
"이상해 보였던 길복순, 변성현 감독은 그게 내 모습이라고"
"근육 만드려 처음 식단조절…너무 힘들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액션이요? 지금으로선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길복순’으로 전도연의 액션은 졸업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진짜 힘들었어요.”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으로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번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 첫 타이틀롤 액션이었던 전도연은 다음에도 ‘액션’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답했다.

전도연은 5일 오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글로벌 공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5일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청시간을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 31일 첫 공개 후 단 사흘 만에 1961만 시간을 기록, 비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영어가 사용된 영화들까지 합치면 ‘머더 미스테리’, ‘머더 미스테리2’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도연은 “사실 극장 영화를 찍을 때는 개봉 후 관객수를 바로 알 수 있으니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넷플릭스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좀 편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스트레스가 있더라”며 “거기서도 순위를 신경 한다기에 스트리밍 수를 높이려 매일 열심히 작품을 틀어놓고 있다”고 하소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비영어권 세계 1위 소감을 묻자 “일단은 너무 기쁜 소식”이라며 “넷플릭스가 ‘길복순’에 보여주신 신뢰와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길복순’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으로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의 에이스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톱배우 전도연이 액션 장르를 주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타이틀롤 작품이기도 하다. 공개 전인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현지 평단 및 대중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전도연이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변성현 감독의 출연 제안에 응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를 모은 터. 전도연은 “젊은 감독님과 일을 많이 하고 싶었다. 그 전까지 제 팬이라고, 언젠가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는 젊은 감독님들을 만났어도, 뚜렷한 작품 제안 없이 말에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시나리오까지 준비해 제안을 줬던 감독은 변성현 감독이 처음이었다”고 작품 제안을 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변성현 감독의 독특한 연출 방식에 흥미가 생겼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변 감독님 작품에 나왔던 설경구 씨가 저랑 연기 스타일이 비슷하다. 감정을 풀어 자유롭게 연기하는 타입인데, 듣기로 변 감독님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연출 의도 하에 가둬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방식이 새롭게 느껴지고 흥미롭게 다가왔다”면서도, “막상 첫 촬영을 하고 나니 너무 답답했다. 첫 촬영 끝나자마자 ‘이렇게까지 배우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 가둬두는 게 맞는 것이냐’며 감독님과 싸웠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유발했다.

‘길복순’은 변성현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탄생한 캐릭터다. 변 감독이 관찰을 통해 극 중 캐릭터의 성격, 관계성까지 실제 전도연의 모습을 많이 녹여낸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전도연은 “처음 제 눈엔 ‘길복순’ 캐릭터가 이상하게 보였다.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달까,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돌아온 대답이 ‘선배님이 그런 캐릭터이세요’였다”며 “저는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없는 입장에서 그 대답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다가오더라”고 회상했다.

길복순이 이상해보였던 이유를 묻자 “대개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보단 작품의 큰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는 편이다. 근데 길복순은 달랐다. 어떤 인물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다른 성격들을 보여준다. 처음엔 관객들이 그런 길복순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실지 걱정이 됐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생각해보면 사람의 특성이란 게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다른 성격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더라. 또 감독님이 열심히 캐릭터를 녹여내실테니 관객분들도 충분히 이해해주실 거라 믿었다”라고도 덧붙였다.

50세 지천명에 접어든 전도연은 ‘길복순’에서 총, 칼, 볼펜 등 다양한 도구를 화려한 수많은 액션 시퀀스들을 소화해냈다. 대부분이 롱테이크 액션. ‘목숨을 걸어서라도 해낸다’, 전도연이 당시 임한 마음가짐이었다.

전도연은 “드라마 ‘인간실격’이 끝나자마자 ‘길복순’ 촬영에 돌입해서 4개월 넘게 액션 연습 및 식단조절을 병행했다”며 “작품 때문에 근육을 만들고 식단조절을 해본 게 처음이었다. 등근육을 만들어야 했어서 단백질 위주로 먹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생각만큼 근육이 빨리 붙지 않더라”면서도, “그래도 감독님이 현장에서 제 몸을 보시더니 너무 만족해주셔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롱테이크 액션을 고집한 덕에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액션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도연은 “한 신 한 신 끊어서 촬영했다면 더 멋진 비주얼의 액션이 나올 수도 있었을 거다. 롱테이크는 그에 비해 덜 멋져보일 수 있지만 보다 사실적으로 인물이 지닌 감정의 움직임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물론 쉬운 방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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