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Law] 혐오 표현으로서 악성 댓글과 모욕죄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3. 4. 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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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넷 시대를 살면서 어두운 단면 중 하나가 포털 사이트 기사 등에 달리는 악성 댓글이다. 연예인의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 악성 댓글은 인격 살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적 해악이 되고 있다. 이에 2019년 10월 가수 겸 배우 설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대형 포털은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해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악성 댓글의 경우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용, 앞잡이, 악의 축, 정말 야비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공적 인물이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의 명예와 사생활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차지한 위상이나 뉴스 댓글의 특성,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인보다 모욕죄의 성립이 제한된다. 그렇다면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또는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수지’라는 예명으로 활동해 온 유명한 연예인에 대한 댓글 사건에서 그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7도19229 판결). 피고인은 2015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제공한 뉴스에 댓글로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제왑 언플 징하네” 등 4개 표현을 했다.

1심 법원은 4개의 표현 모두 ‘모욕적 언사’라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연예인’이라는 점, 표현 방법이 ‘인터넷 뉴스에 대한 댓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봤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위 표현이 모멸적인 언사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해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거나 모욕적 언사라고 하더라도 전체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용된 맥락을 고려할 때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모두 무죄를 선했다. 대중의 관심사에 대한 비판·풍자·패러디를 모욕죄로 형사처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검열을 강제하는 해악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4개의 표현 중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에 대한 모욕죄 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사적 법익 및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해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국민호텔녀’를 제외한 나머지 표현들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소속된 연예 기획사의 홍보 방식 및 피해자 출연 영화의 실적 등 피해자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추어 피해자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나아가 대법원은 최근 사회적으로 인종, 성별,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이 문제 되고 있으며, 혐오 표현 중에는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하는 것이 적지 않은데,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제한 내지 규제로 기능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첫째, 공적 사안에 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되, 공적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사적 사안과 관련한 표현에 대해서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을 조화롭게 해석해 양자 사이의 균형을 도모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헌법재판소가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일종의 제한이나 규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헌재 2020.12.23. 선고 2017헌부456).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입법이 제안되고 있지만, 개념이나 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욕죄가 사실상 혐오 표현의 규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인터넷과 SNS,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온라인 미디어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의사 표현의 방식과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한계를 벗어난 인격권 침해를 보호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양자의 가치를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할 국가와 기업의 의무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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