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판 Q&A] 혐의 무려 34개…모두 유죄면 최대 136년형(종합)
건당 최대 4년 징역형 가능…'초범에 대선후보' 실형 선고 여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4일(현지시간) 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34건으로 모두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역대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혐의마다 최장 4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34개 혐의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장 136년형이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이고 2024년 미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할 때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에게 적용된 혐의는 무엇인가?
▲ 뉴욕 형법 제175조에 따른 기업 문서 조작 관련 3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에서 기업 문서 조작은 사기 의도가 있을 경우 중범죄가 된다. 사기 의도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거나, 범죄를 지원 또는 은폐하려고 할 때 등을 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혼외정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에게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 상당의 입막음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침묵을 대가로 돈을 주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검찰은 이 돈이 대니얼스의 성추문 폭로를 막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선거 자금 관련법을 위반한 행위로 본다.
구체적으로는 이와 관련해 코언이 지출한 13만 달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후 회삿돈으로 변제하면서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료'라고 허위기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수단으로 선거 후보를 띄우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은 뉴욕주 선거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대권 도전에 방해되는 불리한 정보를 감추기 위한 의도로 이뤄진 불법행위인 만큼 중범죄로 보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브래그 지검장은 또 13만 달러가 연방 선거 기부금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 트럼프는 34가지 각기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
▲ 아니다. 공소장에 나열된 34건의 중범죄 혐의에는 모두 동일한 뉴욕주 법령이 적용됐다.
각 혐의는 동일한 유형의 별건 범죄가 34건이라는 것이지, 서로 다른 유형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소장에는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건넨 변호사 코언에게 해당 자금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2017년 트럼프 그룹 장부와 코언에게 건넨 수표들의 용도가 '법률자문'으로 허위기재된 것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이나 징역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단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의 핵심 인물인 코언 변호사가 '전과자'라는 점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언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코언은 당초 대니얼스에게 돈을 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다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돈을 줬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2018년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겐을 선택, 수사에 협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결과다. 그는 이후 선거자금법 위반과 의회에서의 위증 등으로 3년 형을 치렀다.
이에 맞서 검찰은 코언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거짓말을 했던 것이며, 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뉴욕 검찰이 여태껏 검증된 바 없는 새로운 법적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뉴욕 검찰이 대통령 또는 연방 선거운동과 관련된 사건에서 기업문서 조작 혐의를 주 선거법 위반과 결합해 적용한 사례는 없다고 말해왔다. NYT는 이번 기소 내용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원이 기각하거나 중범죄를 경범죄로 낮춰서 판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트럼프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 중범죄 회계 사기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트럼프는 건당 최장 4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판사는 각 형을 연속해서 부과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트럼프는 각 형을 차례로 살아야 한다. 34개 혐의에 각 4년 형이 선고되면 총 136년형이 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인기 변호사 리사 블룸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블룸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에게 적용된 34개 중범죄 혐의는 각각 최고 4년 징역형을 수반할 수 있다"며 브래그 검사가 강력한 증거 없이 이 사건을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혐의에 반드시 징역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반드시 수감되는 것도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과 없는 초범자고, 전 대통령이자 2024년 대선 도전자라는 점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실형이 선고될지 불명확하다고 말한다.
-- 트럼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기소인부절차 후 플로리다주 자택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기소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여태 본 적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조 타코피나는 이달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기(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맞아떨어지는 법률이 없다"면서 공소가 기각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처럼 통상 경범죄로 취급되는 기업 문서 조작과 연방법상 중범죄인 선거법 위반을 결합해 기소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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