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도 꽤 오래 걸렸다… KIA와 이의리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김종국 KIA 감독은 팀과 KBO리그의 차세대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의리(21)에 대해 “구위만 놓고 보면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래서 그런 이의리가 이제는 더 이상 ‘4선발’이 아닌, 그 이상을 해줘야 팀이 강해진다고 믿는다.
그런 기대를 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재능은 타고 났다. 정명원 KIA 투수코치는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까지 한 좋은 투수들도 아무리 힘을 쓰고 던져도 시속 150㎞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의리는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아도 쉽게 150㎞를 던지지 않나”고 반문했다. 구속은 향상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재능과 선천적인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의리는 더 특별하고, 각별한 존재다.
다만 아직 그 구속에 커맨드가 동반되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이의리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2일 인천 SSG전에서 5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3탈삼진 3실점(1자책점)으로 비교적 잘 던지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러나 곳곳에서 커맨드 난조를 겪으며 볼넷만 6개를 내줬다. 공이 기가 막히게 들어가다가도, 때로는 엉뚱하게 빠졌다. 정 코치는 “팔이 잘 안 나오고 빨리 벌어지니 그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은 팔 놓는 위치가 일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의리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7.3㎞로 지난 2년에 비해서도 더 빨랐다. 패스트볼 비율이 7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SSG 타자들은 이의리의 공을 잘 쳐 내지 못했다. 그만큼 공에 힘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 어마어마한 재능을 이미 충분히 확인했으니, 제구와 커맨드에 대한 목마름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의리가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구위와 커맨드 사이의 균형 맞추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KIA와 이의리의 궁극적 공통 목표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구에 신경을 쓰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장점까지 사라질 수도 있다. 어차피 왕도는 없는 길이다. 던지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 과정을 당기기 위한 인위적인 시도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가겠다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의리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살살 던진다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투수는 아니다. 악을 쓰면서 던지는 것도 아니다. 구속은 힘이 생기면서 알아서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커맨드도 경험이 쌓이고 마운드 위에서 생각을 줄이고 자신감을 찾으면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변을 보지 않고 일단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다.
구단의 생각도 같다. 정 코치 또한 “아직 3년차 투수 아닌가”라고 했다. 사실 이의리가 신인 시절부터 엄청난 구위로 큰 기대를 받아서 그렇지, 현재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들도 3년차 때 완성형이 된 경우는 흔치 않았다. KIA의 살아있는 전설인 양현종 또한 구속을 끌어올리고, 현재의 커맨드를 완성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대가 큰 것은 알지만, 정 코치는 이의리는 아직 3년차라고 누차 강조했다.
정 코치는 “들어올 때부터 그런 문제가 있었고,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아직까지는 미흡할 뿐이다. 연습을 하면서 잡아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만 잡으면 된다. 지금 시즌에 들어갔는데 어떤 수정을 하기는 어렵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달인도 자신의 직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그것이 몸에 익어 나오는 것이다. 이의리도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고, 구위에 양현종과 같은 커맨드를 가진다면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과정을 충실히 밟는 한 해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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