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태영호에 조수진까지…최고위원 잇단 설화에 몸살 앓는 與

박기범 기자 2023. 4. 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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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발언에 4·3 추념식 폄훼 논란 김재원 한달간 자숙
태영호 4·3 북한 소행 주장 고수…조수진 '밥 한공기 먹기' 조롱
국민의힘 최고위원. 왼쪽부터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이 최고위원들의 거듭된 실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당 안정을 외치며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지도부 일원인 최고위원이 논란의 중심에서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모습이다.

5일 여권에 따르면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의 각종 발언이 최근 당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수석 최고위원'으로 불리는 김 최고위원은 수차례의 실언 끝에 전날(4일)부터 한달간 자숙에 들어갔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데 이어 이후 미국 강연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주장하며 외연확장 기조를 밝힌 김기현 대표의 방침에 배치되는 것으로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의 '전'자도 꺼내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전날(4일) "4·3 기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비판하는 야권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4·3 정신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여기에 지난 전당대회에서 "4.3 사건은 명백히 김 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해 4.3 희생자 유족회 등의 반발을 샀던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날 "4월 3일에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도 논란이 됐다.

두 최고위원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의 추념식 불참과 맞물리면서 '극우' 프레임이란 지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에 "당 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며 김 대표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4월 한 달 간 김 대표의 최고위 참석과 언론 출연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이같은 조치는 정치활동에 제약을 준 사실상 ‘징계’란 분석이다. 김 최고위원 역시 모든 활동 중단 의사를 밝히며 김 대표의 메시지를 수용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정치인에게 한 달 동안 회의,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수준의 징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의 이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지 하루만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김기현 체제에서 첫 번째로 출범한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등을 제안하면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걸 가지고 대안경쟁을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고, 허은아 의원은 "아예 밥 공기 그릇 두 배로 만들어라 하시지 그랬냐"고 비꼬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밥 한 공기 다 먹기가 쌀값 대책이라는 것이 정말인가"라고 되물으며 해당 발언을 조롱했다.

조 최고위원이 김 최고위원 실언 논란에 대해 "음주운전도 삼진아웃제가 있지 않는가"라고 옹호성 발언을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음주운전은 한번 만 해도 살인미수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비교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거듭된 실언 논란에 당내 우려 시선도 커지고 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역컨벤션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비대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홍 시장의 경우 김 최고위원과 구원이 있어 이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 김 대표를 비판한 것이지만,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를 주장한 것은 혼란에 빠진 현 지도부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이같은 실언이 이어졌다면 그 결과가 아찔하다"며 "김 대표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당을 제대로 정비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고위원들이 지금과 같이 뒷받침 해주지 않는다면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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