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맥주 마시나요" 2030 푹 빠졌다…편의점서 돌풍 [송영찬의 신통유통]
편의점 냉장고를 강타했던 수제맥주 열풍이 ‘하이볼’로 옮겨가고 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에 탄산수와 얼음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 열풍이 거세진 반면 수제맥주 경쟁은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각종 브랜드 간의 컬래버(협업) 제품도 하이볼에 집중되는 추세다.
노티드 손잡은 GS25, 배민 손잡은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5일 배달의민족과 컬래버한 하이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출시한 상품은 ‘짠하기 좋은 하이볼 얼그레이’와 ‘짠하기 좋은 하이볼 체리콕향’ 등 2종이다. 건배 구호인 ‘짠’을 배달의민족 서체인 ‘한나체’로 캔 전면에 크게 디자인했다. 새로 출시된 두 종은 주정의 향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가 자체 개발한 발효주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GS리테일은 오는 6일 인기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컬래버한 하이볼 제품을 출시한다. 노티드와의 컬래버 상품은 ‘애플 하이볼’과 ‘레몬 하이볼’ 등 2종으로 최근 큰 인기를 끈 노티드 디자인과 브랜드를 전면 활용했다. 지난주 ‘몰디브 하이볼’에 이어 일주일 만에 새로운 하이볼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편의점 업계가 별도의 제조가 필요없는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하이볼 제품 출시 경쟁에 나선 건 지난해 말부터다. CU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RTD 하이볼 제품인 ‘어프어프 하이볼’ 2종을 출시한 데 이어 GS25와 세븐일레븐도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컬래버를 통해 단순 디자인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특정 음식과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GS25는 지난 2월 일본식 튀김 오마카세로 유명한 레스토랑 ‘쿠시마사’와 컬래버해 ‘쿠시마사 원모어유자소다 쿠시마사원모어하이볼’ 2종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같은달 제주 흑돼지 식당 ‘숙성도’와 협업해 ‘숙성도하이볼500ml’와 ‘숙성도레몬하이볼500m’ 등 두 종의 하이볼 제품을 내놓았다. 각각 튀김과 고기와 어울리는 하이볼임을 강조했다.
맛의 조화를 강조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0년 ‘곰표맥주’의 히트 이후 쏟아져 나온 치약, 구두약, 항공사 등 각종 브랜드와의 컬래버 수제맥주가 맛이나 향보다는 디자인에만 집중하며 소비자의 피로감 상승으로만 이어졌기 때문이다.
3월 하이볼 매출 전년 동월 대비 220% 증가
편의점의 하이볼 매출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하이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지난 1월 74%, 2월 117%, 3월 220%로 크게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원래 RTD 음료를 한 카테고리로 묶었지만 이제 하이볼이라는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 정도로 성장세는 가파르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스키 업체나 수제맥주 업체도 곧 하이볼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유명 위스키 업체 ‘빔산토리’는 이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RTD 하이볼을 출시할 전망이다. 빔산토리는 앞서 일본, 미국 등에서 ‘짐빔 클래식 하이볼’과 ‘짐빔 진저 하이볼’ 등 2종의 RTD 하이볼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카브루,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등도 RTD 하이볼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제맥주 중심이었던 편의점의 주류 판도가 바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 2주 간(3월20일~4월2일) 간 대표 관광지 인근 점포에서의 하이볼 매출은 직전 2주와 비교해 2.5배 증가했다.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MD는 “최근 믹솔로지(여러 술과 음료를 섞는 것) 트렌드와 함께 다양한 주류를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나 주류 구색도 계속 확대하는 추세”라며 “올해는 편리성과 저렴한 가격 등으로 RTD 하이볼의 강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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