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아이돌 숲에서 만나자"… '1020'이 한강 가는 이유 [Z시세]

정원기 기자 2023. 4. 5. 11: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4월5일 식목일을 맞아 스타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스타숲부터 나무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시회 등 이색 행사가 열렸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제공
"한강공원에 있는 '방탄소년단(BTS) 진숲' 보러 왔어요. "

4월5일은 식목일이다. 나무 심기로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키우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최근 인천 강화군 마니산과 충남 홍성군 등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식목일을 맞아 스타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나무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시회 등 이색 행사가 열렸다. 머니S가 나무 심기에 진심인 이들을 만났다.


한강공원 스타숲 가볼까… 팬들이 심은 나무 5000그루 이상


스타숲 활동을 통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조팝나무와 팽나무 등 약 5200그루가 힌강공원에 식재됐다. 사진은 NCT 멤버 도영의 팬들이 나무를 식재하는 모습(왼쪽)과 영등포구 일대에 조성된 스타숲. /사진=서울시 제공, 정원기 기자
스타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는 스타숲은 팬들의 기부로 조성된다. 잠실 RM숲 1호를 시작으로 여의도와 광나루 등 한강공원 각지에 9개소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5200그루가 식재돼 한강의 생태성과 매력을 키우고 있다.

팬들이 나무심기에 참여하는 이유는 '에코 팬 문화' 조성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팬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변화한 것이다.

NCT 멤버 도영의 팬들은 지난달 중순 나무 783그루를 직접 심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팬은 "응원하는 아티스트인 도영의 산불 기부 소식을 들었다"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기 위해 스타숲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발적 참여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할까봐 걱정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며 "정기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도영숲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과 레드벨벳 등 여러 팬클럽 활동 경험이 있는 지모양(여·10대)은 "앨범을 사면 랜덤으로 굿즈나 포스터가 증정돼 20장씩 사는 사람도 있다"며 "아이돌 산업이 환경파괴적이라는 인식과 비판이 있는데 나무심기나 모바일 콘서트 티켓 발권 등 팬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에서 만난 김모양(여·10대)은 개교기념일이어서 친구들과 스타숲을 구경하러 왔다고 전했다. 김양은 "일반적인 나무심기 캠페인·행사에 참여하는 10대는 적다"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입지도 세워주고 환경도 지키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에코 팬 문화'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한 팬은 "스타숲 조성 다음날 유료 소통 앱을 통해 도영 매니저로부터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받았다"며 "환경을 지키면서 응원하는 보람을 느껴 팬들이 직접 나무 심기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K-POP 좋아해?… 국내외 관광객 필수 방문코스 기대


서울 송파구와 영등포구 등 한강공원 각지에 9개의 스타숲이 조성됐고 QR코드를 통해 각 스타숲의 특징과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도영숲과 영등포구에 조성된 석진숲. /사진=정원기 기자
한강 스타숲에는 구경하러 온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BTS를 좋아해 한국을 찾은 슬로바키아인 A씨(여·20대)는 "하이브 사옥에 들려 사진을 찍고 왔다"며 "추억에 남는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강에 조성된 스타숲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주위에 있는 '아미'(BTS 팬클럽 명칭) 중 이 곳에 온 사람은 내가 첫번째"라며 "슬로바키아에 있는 팬들이 부러워한다"고 흐뭇해 했다.

일본인 B씨(여·20대)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숲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일본에 BTS와 NCT 팬들이 정말 많아 홍보가 된다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들에게 한강은 꽃놀이 장소가 아니라 인증샷 필수코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전역에 흩어져 조성되던 스타숲은 올해부터 난지한강공원 한 곳에서만 만들어진다. 스타숲을 큰 규모로 조성해 팬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명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혁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생태환경과 주무관은 "팬들이 한강 각지에 흩어져있는 스타숲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난지한강공원에 1만㎡의 부지를 할애했다"며 "이미 참여한 BTS나 NCT를 제외한 유명 가수 팬글럽의 문의가 있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스타숲이 규모있게 조성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TS숲의 경우 각 멤버의 생일을 기념해 전 세계 팬들이 기부금을 모아 조성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인증샷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K-POP 팬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만들기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박 주무관은 "식재된 나무가 잘 자라도록 비료 주기 등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팬클럽이 희망할 경우 스타의 명패와 풋·핸드프린팅, 등신대 등의 설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엠제코'… "단순한 식목일 활동은 NO"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버려진 폐지와 친환경 마끈을 이용한 환경보호운동을 벌여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MZ세대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진행된 '나무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시회'. /사진=정원기 기자
환경을 중시하는 '엠제코'(MZ세대와 ECO의 합성어)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어 캠페인과 집회 등 다양한 형태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5년 전만 해도 나무심기 등 환경보호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2030세대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자원 순환과 생태 보호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에서 참여가 두드러진다"며 "많게는 80%가 젊은층"이라고 강조했다.

엠제코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다. 나무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시회도 그중 하나다.

나무의 권리 전시회는 법과 제도를 통해 나무를 보호하고자 마련했다. 참여자 대부분이 젊은층인 이들은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려진 폐지와 친환경 마끈을 이용한 전시가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MZ세대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대학생 때부터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한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는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며 "화마가 지나간 산에는 나무를 찾아볼 수 없고 도시에서는 매년 가혹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잘려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무는 안전한 생육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나무 관련 복지와 권리 개선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도시에 심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모습을 꼬집었다. 조씨는 "나무가 제품이나 도시의 시설물을 만들 때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며 "나무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무심기 행사를 넘어 인간의 위협이나 훼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