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아이돌 숲에서 만나자"… '1020'이 한강 가는 이유 [Z시세]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4월5일은 식목일이다. 나무 심기로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키우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최근 인천 강화군 마니산과 충남 홍성군 등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
팬들이 나무심기에 참여하는 이유는 '에코 팬 문화' 조성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팬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변화한 것이다.
NCT 멤버 도영의 팬들은 지난달 중순 나무 783그루를 직접 심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팬은 "응원하는 아티스트인 도영의 산불 기부 소식을 들었다"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기 위해 스타숲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발적 참여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할까봐 걱정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며 "정기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도영숲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과 레드벨벳 등 여러 팬클럽 활동 경험이 있는 지모양(여·10대)은 "앨범을 사면 랜덤으로 굿즈나 포스터가 증정돼 20장씩 사는 사람도 있다"며 "아이돌 산업이 환경파괴적이라는 인식과 비판이 있는데 나무심기나 모바일 콘서트 티켓 발권 등 팬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에서 만난 김모양(여·10대)은 개교기념일이어서 친구들과 스타숲을 구경하러 왔다고 전했다. 김양은 "일반적인 나무심기 캠페인·행사에 참여하는 10대는 적다"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입지도 세워주고 환경도 지키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
일본인 B씨(여·20대)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숲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일본에 BTS와 NCT 팬들이 정말 많아 홍보가 된다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들에게 한강은 꽃놀이 장소가 아니라 인증샷 필수코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전역에 흩어져 조성되던 스타숲은 올해부터 난지한강공원 한 곳에서만 만들어진다. 스타숲을 큰 규모로 조성해 팬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명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혁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생태환경과 주무관은 "팬들이 한강 각지에 흩어져있는 스타숲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난지한강공원에 1만㎡의 부지를 할애했다"며 "이미 참여한 BTS나 NCT를 제외한 유명 가수 팬글럽의 문의가 있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스타숲이 규모있게 조성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TS숲의 경우 각 멤버의 생일을 기념해 전 세계 팬들이 기부금을 모아 조성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인증샷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5년 전만 해도 나무심기 등 환경보호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2030세대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자원 순환과 생태 보호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에서 참여가 두드러진다"며 "많게는 80%가 젊은층"이라고 강조했다.
엠제코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다. 나무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시회도 그중 하나다.
나무의 권리 전시회는 법과 제도를 통해 나무를 보호하고자 마련했다. 참여자 대부분이 젊은층인 이들은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려진 폐지와 친환경 마끈을 이용한 전시가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MZ세대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대학생 때부터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한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는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며 "화마가 지나간 산에는 나무를 찾아볼 수 없고 도시에서는 매년 가혹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잘려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무는 안전한 생육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나무 관련 복지와 권리 개선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도시에 심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모습을 꼬집었다. 조씨는 "나무가 제품이나 도시의 시설물을 만들 때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며 "나무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무심기 행사를 넘어 인간의 위협이나 훼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시간 일했는데 집에 가래요"… 알바해도 '빈손'인 청년들 [Z시세] - 머니S
- 원로가수 현미 별세, 숨진 채 발견… 향년 85세 - 머니S
- 올해 결혼하나… 김준호♥김지민, 영화관 데이트 '달달' - 머니S
- "하차 승객은 어쩌라고…" 지하철 붐비면 무정차, 1주 만에 철회 - 머니S
- "연매출 342억"… 윤계상 아내, CEO 차혜영 누구? - 머니S
- 애플, '2024년 출시' OLED 아이패드 프로 시제품 개발 착수 - 머니S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알박기 제지? 재개발 예정지 건물 매입 '불허' - 머니S
- 백일섭, PD에게 대본 던졌다?… "정신 차리고 잘해!" - 머니S
- [단독] '코로나 수혜' 씨젠, 직원 임금 묶고 성과급 없앴다 - 머니S
- "3개월 지옥 같았다"… '♥유은성' 김정화 오열한 이유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