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때려부수는 TV’ 완판… 日 시청자들도 수신료에 뿔났다

김동현 기자 2023. 4. 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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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미납 할증료 추진에 분노
우리나라 96.1% “KBS 수신료 따로 걷자”
일본 군소정당 NHK당(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전(前) 대표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지난달 31일 발매한 ‘NHK를 때려 부수는 TV’와 그 홍보문. 일본어로 'NHK 수신계약 해지 지원 포함, 튜너리스 스마트 TV'라고 적혀 있다./‘NHK를 때려 부수는 TV’ 공식 웹사이트

일본의 대표적인 방송사 NHK가 방만 경영 논란과 콘텐츠 질 저하 문제로 고질적인 ‘수신료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NHK를 때려 부수는 TV’란 이름의 텔레비전이 발매 4일 만에 1차 판매분을 완판시켰다고 4일 요로즈뉴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군소정당 정치가여자48당의 전(前) 대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씨가 지난달 31일 발매한 ‘NHK를 때려 부수는 TV’는 지난 4일로 1차 판매분 500대가 완판됐다. 이 텔레비전은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튜너(tuner) 없이 인터넷과 연결,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만 이용이 가능한 이른바 ‘튜너리스 TV’다. 다치바나씨는 발매 당시부터 이 같은 특성을 강조, “우리 제품은 NHK와 수신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했다.

일본 군소정당 NHK당(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전(前) 대표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유튜브에서 지난달 31일 발매한 ‘NHK를 때려 부수는 TV’를 홍보하고 있다./유튜브

가격은 3만9800엔(약 39만6000원)으로, 지상파와 OTT 시청이 모두 가능한 타 제품이 대개 2만~3만엔에 팔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 텔레비전이 1차 판매분 완판에 성공한 것은 지난 1일 개정된 방송법 때문이다. 이날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일본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NHK 수신료를 지불하지 않는 세대는 미납금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할증료를 부과받게 됐다. 수신료를 거부하다가 적발될 경우, 평소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 하게 된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방송법 64조 1항에 따라 NHK 방송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장비를 소유했다면 반드시 NHK와 수신계약을 맺게 돼 있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차량 내비게이션, 심지어는 방송 수신 기능이 장착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면 수신료 납부가 강제될 수 있다.

이 같은 수신료 수금 방식에 불만을 가진 국민 사이에선 세대 한곳 한곳을 일일이 방문하는 수신료 징수원을 회피하는 묘수들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다. 퇴거불응죄를 이용해 징수원에게 무조건 “돌아가 달라”고 말하거나, “NHK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겠다”며 납부를 질질 끄는 방식 등이다. 일부는 한국의 DMB 격인 ‘원세그(one segment)’ 기능이 없는 애플 아이폰을 사용한다며 납부를 거부하기도 한다. 지난 2021년 기준 NHK 수신료 납부율은 78.9%로 미납률이 20%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달 방송법 개정에 따라 할증료 책정 규정이 신설되면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다 더 많은 부담금을 떠안을 수 있는 위험이 생긴 것이다. 일본 당국과 NHK는 오는 10월부터 모든 수신료를 일괄 10% 인하한다는 당근책도 함께 내놓았다. 현재 2170엔(약 2만1600원)인 위성방송 수신료와 1225엔(약 1만2200원)인 지상파 수신료를 각각 220엔, 125엔씩 인하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NHK 수신료를 초장부터 차단할 수 있는 ‘NHK를 때려 부수는 TV’가 발매 초기부터 인기를 끌 정도로 국민들의 반발은 식지 않는 모양새다. 다치바나씨는 해당 텔레비전의 1차 판매분 완판 이후, 공식 웹사이트에서 부가세 포함 4만9500엔(약 49만2600원)의 예약 판매를 재개시한 상태다.

◇우리나라 국민 96.1% “KBS 수신료 따로 걷자”

대통령실은 지난달 10일 국민참여 토론게시판(www.epeople.go.kr/idea)에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 통합 징수 개선, 국민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9일까지 찬반을 묻고 있다./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쳐

우리나라도 국민 96% 이상이 전기 요금과 함께 강제 징수하는 KBS 수신료 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를 보는 사람들에 한해 따로 내자는 뜻이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에 따라 실시한 찬반 조사 결과가 9일 최종 확정되는 대로,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KBS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방안을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권고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0일 국민참여 토론게시판(www.epeople.go.kr/idea)에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 통합 징수 개선, 국민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9일까지 찬반을 묻고 있다.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데 대한 찬성 입장과 통합 징수 유지 주장을 차례로 소개하고, 찬반 의견을 남겨 달라고 했다.

설문 마감을 나흘 앞둔 5일 오전 11시 현재 추천(찬성)이 4만2120명(96.1%), 비추천(반대)가 1724명(3.9%)다. 국민제안 홈페이지 토론 게시판은 대통령실이 내부 심사를 거쳐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안건을 토론에 부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법에 따라 TV 수신료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된다.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에서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전기 요금과 함께 징수하고 있다.

9일 투표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실 자문기구인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내부 토의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선안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대한 권고안 형태로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KBS 수신료 통합 징수를 폐지하고 분리 징수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국회 차원의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작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현재 KBS 수신료 징수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편법”이라고 밝혔다.

◇英 “BBC 수신료 2028년 폐지” 덴마크 등 북유럽국들도 동참 움직임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방송국/EPA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5일 미디어미래연구소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작년 8월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수신료를 폐지했다. 정부의 부가가치세 수입으로 2025년까지 약 37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작년까지 프랑스 텔레비지옹 등 프랑스 공영방송 수신료는 프랑스 국세청이 주민세와 통합해 징수해왔다.

영국도 작년 6월 피터 본 보수당 의원이 BBC 수신료 폐지법안을 발의하는 등 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다. 작년 1월 나딘 도리스 문화부 장관은 BBC 등 공영 방송 수신료를 2024년까지 동결하고 영국 왕실 칙령이 허용한 2027년까지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되 2028년부터는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루마니아, 북마케도니아 등 북유럽 중심으로 TV 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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