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사람은 상상하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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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이가 있다.
여기는 내가 운영하는 서점이고,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고른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손님이다.
손님은 빙긋 웃더니 "혼잣말을 계속하시길래 통화 중이구나 생각했지요" 한다.
엉터리로 지어낸 말이겠으나, 일리 있는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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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희귀한 동물이 있다 해도/ 사람보다 신기하지는 않을 거다/ 그들은 무슨 말을 듣기에/ 혼자 벤치에 앉아서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고서도 무엇을 보기에/ 손가락을 뻗어 허공을 매만지는 걸까’
- 김개미 ‘몬스터 일기2’(시집 ‘작은 신’)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이가 있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여기는 내가 운영하는 서점이고,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고른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손님이다. 벌떡 일어나서 그가 내민 책을 계산한다. 얼굴이 빨개졌으리라. 손님은 빙긋 웃더니 “혼잣말을 계속하시길래 통화 중이구나 생각했지요” 한다.
그 얘기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전했더니, 좀 심하다는 것이다. 혼잣말만 하는 게 아니고 가끔 혼자 웃거나 성을 낼 때도 있다면서 혀를 찬다. 아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친구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은근한 걱정과 의구심이 생긴다. 또, 한 친구를 붙들고 정말 그 정도가 심한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시인이라서 그렇지. 아니 꼭 시인만 그런가. 다들 그래. 중얼거리기도 하고 혼자 웃기도 하고. 사람은 상상하는 동물이라고 하잖아.”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런 말이 있어?” 하고 되물으니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엉터리로 지어낸 말이겠으나, 일리 있는 듯도 싶다. 상상이야말로 인간적인 능력이 아닌가. 골똘해져서 이곳이 아닌 딴 곳에 머물게도 되고,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생생히 느껴보기도 하는 존재가 사람이지.
버스 안에서 포대기에 싸여 잠든 아가를 보았다. 작고 순한 생명체에 온 정신이 팔린다.자고 있던 아가가 방긋 웃는다. 무슨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제가 무얼 안다고. 하면서도 나 역시 배시시 미소 지었다. 친구의 엉터리 정의가 맞는 것은 아닐까. 그러자니 흔하디 흔한 사람이란 존재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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