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이 만드는 ‘심리 회복 탄력성’…스트레스와 스마트폰 중독 푼다
스마트폰 중독과 스트레스를 푸는 데 공간 디자인이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정신건강을 위한 공공의 복지 프로그램이 급증했으나 정작 심리를 배려하지 않은 공간 설계가 치유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은 사무실을 개조해 장소를 마련하다 보니 유리벽과 유리문 구조로 방음·집중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현장 상황이 상담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하고 심리적 회복 탄력성을 위한 공간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우선 적용되는 분야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위한 상담센터다. 이용이 많지 않아 방치됐던 주민 휴식 공간인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를 ‘마음풀’이라는 공간으로 재구성해 인터넷중독상담센터와 연계했다.
청소년 문제를 심리적으로 해결하는 차원에서 학교에 식물과의 접촉점을 만들어 온 데 이어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이 찾는 상담공간을 식물을 활용해 디자인한 것이다.
채소 씨앗을 심고 수확하는 공간, 정원과 숲길을 형상화한 휴게 공간, 거울이 부착돼 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피사체가 반사된 모습을 보며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됐다. 이는 식물과 자연을 매개로 불균형한 자극 대신 다양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현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주는 시청각 자극에 장기간 노출되면 즉각적 반응만 선호하며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생활에 무기력해지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사회성 미숙을 부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간이 가진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활용해 만든 디자인(바이오필릭디자인)을 심리상담과 접목해 효과를 높이는 게 디자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관점에서 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 방역을 위해 운영 중인 상담 공간에는 방음과 집중, 안정에 초점을 맞춘 ‘마음정원’ 디자인을 적용한다.
상담사와 내담자가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과 색상, 향기, 음향, 소품 등을 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우울감, 불안이 클수록 답답함을 견디는 역치가 낮아 집중력을 잃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간접조명과 디지털 콘텐츠로 만든 가상의 창문 등을 설치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벽에서 자연의 소리가 나오게 해 방음 장치를 만들고, 상담 시작과 끝에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외부와 접한 부분에 전이 공간을 둬 시간을 가지고 들고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외부에서 내담자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상담사의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측면 창으로 보호 장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음정원’은 공사를 하지 않고 어디나 설치할 수 있도록 부스형(모듈)으로 개발돼 기존 공간을 평수에 맞춰 쉽게 변형할 수 있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청소년들이 자연을 매개로 여러 감각 경험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등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의 정신건강 면역을 강화하고 행복한 일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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