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45만명, 10년간 2배 늘었지만…1명이 환자 45명 담당
간호계 "인력 확충과 정책 시행 근거법인 간호법 절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3교대라는 근무 환경 속에서 간호사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화장실 한 번 제대로 못 가고 평균 10시간 이상씩 일한다.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선이 없다. 언제까지 업무시간 외 시간까지 희생해가며 일해야 하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현장에 남아있는 간호사가 없는 거지, 간호사가 없는 게 아니다."
대한간호협회를 주축으로 한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 4일 오전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마련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한마당'에서 종합병원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30년 차 오란주 간호사는 이같이 호소하며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2%로 다른 산업군의 4.9% 대비 3배 이상 높다. 병원간호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신규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47.7%에 달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조사한 간호사들의 이직 사유론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가 꼽혔다.
정부는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 간호대학 정원을 늘려왔다. 그러나 공급만 확대될 뿐 처우는 개선되지 않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10년 기준 약 27만명이었던 간호사는 2021년 약 45만7000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0년째 정원이 동결된 의과대학과 달리 간호대의 정원 확대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간호사들은 병원이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는 게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간호사 1인당 6~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종합병원 기준 16.3명이며 일반병원 기준으로 45명에 달한다. 지방 의료기관 등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2022년 11월 '법정 의료인력 기준 개선'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시민단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의 김원일 활동가는 정부의 제도를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현행 의료법 내 법정 간호인력 기준에 관한 내용은 범위가 불명확하고, 다르게 해석될 요소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인력 확보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부는 간호기준 35명을 갖출 병원이 6명만 고용해도 간호등급제 감산은 2%만 한다. 간호사의 정원을 준수하는 것은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간호 서비스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정부의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탁영란 간협 1부회장은 2022년 10월 협회 감사일 당시 '간호인력 기준 마련' 토론회에서 "현 기준은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간호 필요도와 요구도를 무시한 간호 인력기준"이라며 "적정인력으로 역량별 업무 양과 질을 확보하면 간호사는 실무역량을,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며 만성질환자 증가 또한 충분한 간호인력이 뒷받침돼야 감당할 수 있다고 일선 간호사들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따라서 숙련 간호사가 나올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성희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부교수는 "간호사가 적은 수의 환자를 돌볼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고 재원 기간이 단축되는 등 환자 안전이 크게 높아진다. 간호사가 적정 환자 수를 돌볼 환경을 조성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간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 방안으론 간호법이 있다는 게 간협 등 간호법제정추진운동본부 요구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간호법은 의사의 이익이나 현행 의료시스템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병원에서는 돌봄이 절실한 환자는 정작 간호간병 병동에 입원시키지 않고, 경증 환자만 입원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 전면적인 간호간병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대략 2~3배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하다"며 부모 세대를 비롯한 환자, 노인, 장애인 등에게 사회적 돌봄을 위한 공익가치를 실현하려면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 정책 시행의 근거법인 간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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