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만원이 없어서...저축은행 생계비대출 받는 취약계층 급증

2023. 4. 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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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일주일 만에
5400건 신청, 35억1000만원 대출
생활 막막한 저신용자 북새통 이뤄
저축銀 소액신용대출 6년만에 1조 돌파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500만원을 빌리는 ‘급전’ 창구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몰리고 있다. 당장 생계를 이어나갈 돈이 급한 이들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은 6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최대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도 일주일 새 수천 명이 모여들며 ‘서글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올라 빚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오른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은 또다시 한 푼이라도 더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300만~500만원 빌리는 소액신용대출...6년 만에 1조 넘겨=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79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금액은 총 1조134억원으로 2021년(8990억원)보다 1144억원(12.7%) 증가했다.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규모가 1조원을 넘은 것은 2016년(1조591억원) 이후 6년 만이다.

소액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300만~500만원 이하의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이 1년 전보다 7조7735억원 줄어들며 통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가계가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나섰지만 저신용자들은 오히려 부채를 늘린 셈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소액신용대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자산 순위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으로 2145억원을 취급했다. 자산 규모가 최대인 SBI저축은행은 2037억원의 소액신용대출을 실시했다. 이어 ▷신한저축은행(831억원) ▷웰컴저축은행(808억원) ▷다올저축은행(667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369억원) ▷KB저축은행(355억원) ▷ 페퍼저축은행(301억원) ▷NH저축은행(240억원) ▷예가람저축은행(212억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액신용대출은 대출금액이 크지 않지만 취약차주들이 이용하다보니 상환기간이 초단기는 아니다. 대개 1~2년의 기간 동안 대출을 상환한다.

문제는 무담보 신용대출인 만큼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대부분 연 10% 중반에서 법정최고금리 수준인 19.99%까지 분포해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소액신용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16.89%였던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17.77%로 올랐으며 올해 2월 현재 17.98%로 더 뛴 상태다.

▶64만원 없어서...대출받은 서민 5400명=이자 부담이 더 커졌지만 당장 생활이 막막한 저신용자들은 대출을 받을 곳이 만만치 않다. 최근 금융당국이 시행한 소액생계비대출이 북새통을 이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0만원 한도까지 당일 지급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사전 예약일에 홈페이지가 마비된 데 이어 대출 첫날부터 창구가 끊임없이 북적였다. 50만원, 100만원을 대출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몇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은 출시 일주일 만에 5400건의 대출이 신청됐다. 총 대출금액은 35억1000만원, 평균 대출금액은 64만원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힘든 사람 많아”...불법사금융 몰리지 않도록 제도권 흡수해야=취약차주들의 무거운 빚 부담과 연체 증가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중 연체액은 657억원으로 6.5%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이는 저축은행 총여신 연체율(3.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저축은행별로 보면 소액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13개사를 제외하고 66개 저축은행 중 대출을 늘린 곳(28개)보다 줄인 곳(38개)이 더 많았다.

정부가 소액생계비대출 등을 실시한 이유도 휴대전화나 유심 등을 넘기고 대가로 돈을 빌리는 속칭 ‘휴대폰깡’ 등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 한도가 300만원이라도 막상 심사를 해 보면 조건이 안 돼 그만큼 대출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한 금융환경에 놓여 있는 저신용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대출이 되느냐, 안 되느냐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2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을 줄일 경우 저신용자들은 수백 퍼센트 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개선 논의를 해야 할 때라는 견해도 나온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가 오히려 서민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제도 시행 전부터 우려됐던 결과기도 하다. 지난 2020년 11월 금융위는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낮출 경우 3만9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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