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거부권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데 앞으로도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거부권 행사 소재는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간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거론하는데 개인적 견해지만 간호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보건의료정책과도 관련 있지만 이익집단 간 견해차가 두드러져 보이는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은 국가운영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양곡관리법이 민주당의 단독 처리한 안(安)대로 시행될 경우에는, 2030년에는 남은 쌀을 전량 매수하기 위해 1조원이 훌쩍 넘는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 마디로 국가재정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또 이는 시장경제원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쌀이 남아도는데 계속해서 벼농사를 지어도 좋다는 식의 시그널을 줄 경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조정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와 배치된다. 만일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재배작물을 바꾸길 원한다면 그때 이를 위한 지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좋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시장경제다. 이를 왜곡할 수 있는 법의 시행을 방치하면 윤 대통령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헌법 준수가 그 첫째 임무인데 헌법의 근간을 왜곡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방관한다면 대통령이 직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또 다른 시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양곡관리법 문제는 이런 성격의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방송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파라는 공공재와 관련한 문제이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는 성격의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또 하나 짚어볼 문제가 있다. 만일 민주당이 해당 사안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른 의견을 경청하며 해당 법안들을 개정하려 했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단독 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안들을 드물지 않게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국회를 다수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국회는 다수제로 운용되는 존재가 아니라 합의제로 운용돼야 할 존재다. 이는 민주주의란 효율적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과 연결된다. 민주주의가 효율적 시스템이 아닌 이유는 민주주의란, 의견이 다른 이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자신도 양보하며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 타협을 도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타협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도는 매우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타협의 과정 없이 수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의회민주주의에 충실한 과정이라고 결코 볼 수 없다. 민주당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넘어온 법안을 재의결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의결이 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재의결이 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의결을 추진하는 이유는 양곡관리법이 농민을 위한 법이라며, 비록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자신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 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윤 대통령이 독선적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당시에도 기획재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자신들 정권에서 반대한 것을 지금 끝까지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의도가 포함됐을 개연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중심은 민생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정책이 정쟁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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