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단골 울리는 악덕 업주

2023. 4. 5. 11: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TV에서 종종 인기 있는 식당, 속칭 '대박집'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지금은 테이블이 꽉꽉 들어차는 것은 물론 가게 밖에도 기나긴 웨이팅 줄이 늘어서 있기 일쑤다.

이들이 어렵사리 재기하는 과정에서 '단골고객의 도움'을 거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련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단골들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곳들이 대박으로 이어지고, 또 새로운 단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에서 종종 인기 있는 식당, 속칭 ‘대박집’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지금은 테이블이 꽉꽉 들어차는 것은 물론 가게 밖에도 기나긴 웨이팅 줄이 늘어서 있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유명 식당도 대부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손님이 너무 없어 눈물로 지새우거나 새 레시피를 찾기 위해 수많은 재료를 쏟아붓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한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어렵사리 재기하는 과정에서 ‘단골고객의 도움’을 거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 부족한 메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식재료 살 돈이 없어 영업을 못할 지경인 업주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준 경우도 있었다. 시련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단골들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곳들이 대박으로 이어지고, 또 새로운 단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요즘 스포츠계에서 바보같이 응원을 아끼지 않는 단골(?)팬들이 계속 뒤통수를 맞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 국민스포츠로 불릴 만큼 많은 팬이 사랑하는 프로야구와 축구가 그렇다. 지난달 열렸던 세계 프로야구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국가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유일한 대회인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망신을 당했다. 2008년 올림픽 우승, 2009년 WBC 준우승이 한국 야구의 실력이라 굳게 믿었던 팬들은 기대 이하 경기력과 부진한 성적에 참담함을 느꼈다. 왜 일본에서 1라운드를 치르는데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해야 했는지, 제대로 뛰지도 못할 선수들로 엔트리가 채워져 전력으로 싸워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 프로야구 선수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인해 방출돼 수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중계권 관련 배임 사건이, 한 구단장은 FA계약대상인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하다 해임당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충격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아무리 야구중독자라도 정이 떨어지고도 남을 정도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그저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순수한 사람들이다. 제발 사건사고 저지르지 말고 좋은 경기만 해 달라는 소박(?)한 기대를 안고 경기장을 메워줬다. 이런 고객들이 있다는 것에 야구인들은 감사해야 한다. 20년 전 텅 빈 관중석을 벌써 잊었나.

축구팬들도 실망스럽기는 매 한가지다.

월드컵기간에 외부 트레이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축구의 대계를 위한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을 선임했다. 대우 문제도 있지만 아시아 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을 영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고려하더라도 최적의 선택이었는지에 의구심이 드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평가전 와중에 ‘승부 조작 징계 축구인 100명 전격 사면’이라는 뜬금없는 결정을 내렸다. 월드컵 16강을 기념해 축구계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명분도 어처구니없고, 현장의 요청을 수용했다는 대목도 석연치 않다. 누구를 위한 사면이었는지 모르지만 축구계 안팎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어쩔 수 없이 사면 결정을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에 책임감을 느낀 이동국·이영표 부회장이 전격 사퇴했고, 4일에는 부회장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부랴부랴 수습하는 동안 팬들만 속이 타들어 간다. 있을 때 잘하자. 잘되기는 어려워도 망가지는 건 순간이다.

withyj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