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정신 담은 ‘조론’... 이 시대 통합의 길잡이 됐으면”
“중국 남북조시대 승조(僧肇) 법사가 지은 ‘조론(肇論)’은 통합과 화쟁(和諍)의 정신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이 남북 분단과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린 이 시대에 화쟁의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조론’(푼다리카 출판사)을 번역하고 평석을 붙여 펴낸 학담 스님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승조(384~414) 스님은 불교의 중국 전래 초기에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구마라집 법사의 제자. ‘조론’은 승조 스님이 지은 논서라는 뜻. 중국 불교의 여명기에 핵심 교리를 정리한 명저이지만 압축된 한문 표현 등이 난해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승조 스님이 활동하던 당시 중국은 작은 나라들로 분열돼 있었다. 불교 역시 갈려 있었으며 낯선 불교 용어의 개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역별로 경전 하나가 전해지면 다른 경전은 존재도 모르면서 ‘우리가 보는 경전이 최고’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승조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연기(緣起)’와 ‘성품이 공함(性空)’ ‘법의 성품(法性)’ ‘실상(實相)’ ‘본래 없음(本無)’ 등이 한뜻임을 밝혔다. 각각의 경전에서 강조하는 점은 달라도 부처님이 전한 가르침은 하나라는 통합의 길을 열었다는 게 학담 스님의 평가다. 이 같은 사상의 통합은 이후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넘어 수당(隋唐) 통일왕조 시대로 나아갈 정신적 토대를 마련해줬다는 것.
학담 스님은 2014년 200자 원고지 4만장에 이르는 ‘아함경 평석’ 등을 펴내 불교 경전을 대중들에게 알려왔다. ‘조론’ 번역은 그에게 40년 묵은 숙제였다. 1970년 서울대 법대 1학년 때 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0여년간 좌선에 전념하던 그가 1980년대 대중을 상대로 처음 강의한 텍스트가 ‘조론’이었다. 그러나 “30대의 저에게 조론은 감당하기에 무리였다”는 게 스님의 말. 스님은 이후 50대에 원문을 번역했고, 일흔 넘어 송대(宋代) 자운(慈雲) 스님의 주해(注解)를 번역하고 평석(評釋)을 붙였다. 그후 2년 동안 교정 윤문을 거쳐 이번에 ‘조론’을 내놓게 됐다.
스님은 책의 부제를 ‘불교철학의 자기 넘어섬과 실현’으로 붙였다. “산스크리트 문명과 한문 문명이 만나는 거대한 문명 교류 시대, 대전환의 시대에 탄생한 것이 ‘조론’입니다. 당시에도 승조 스님은 불교는 깨달음을 넘어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 시대의 불교도 그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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