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없는 북한, 22년 만에 기자들 모아 “김정은 사상 신봉자 돼야”
북한이 22년 만에 자국 언론인들을 한데 모아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혁명 사상의 열렬한 신봉자, 견결한 옹호자, 철저한 관철자가 되여야 한다”고 당국의 ‘나팔수’ 역할을 강조했다. 대내외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선전·선동을 강화해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조선기자동맹 제9차 대회가 4월3일과 4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였다”고 밝혔다.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방송에서 ‘북한의 입’ 역할을 해온 아나운서 출신 리춘히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책임방송원, 백룡 노동신문사 부주필, 박광철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등 신문·통신·방송·출판 부문 간부들이 참석했다.
조선기자동맹 대회 소집은 2001년 11월 이후 약 22년 만이다.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북한 체제의 핵심 축인 선전·선동 부문에서 “시대의 선도자” “혁명의 나팔수”라는 언론인 역할이 집중 부각됐다. 박동석 기자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은 보고에서 “모든 기자, 언론인들이 총비서 동지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노선과 정책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피타는 사색과 연구로 그 진수와 내용을 깊이 파악하며 신속 정확히 온 사회에 뿜어주는 유능한 정치활동가가 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새롭고 참신한 형식의 기사, 편집물을 더 많이 내놓아 사상 사업의 실효성과 침투력을 최대로 높여나가야 한다”며 “기자, 언론인들이 당 중앙의 충실한 대변자, 당 정책의 적극적인 선전자, 대중의 친근한 교양자가 되여 공세적인 언론전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부흥 발전을 힘있게 선도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선기자동맹 제9차 대회 참가자들은 평양에서 만경대혁명사적관, 조선혁명박물관, 대성산혁명열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등을 참관했다. 참가자들은 “세월이 흘러도 계급적 원수들의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인민들과 청소년들을 투철한 주적관, 반제 계급의식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언론 공세를 더욱 강도 높이” 전개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당국이 언론인들을 소집해 이처럼 대우한 데에는 선전·선동 역할이 중시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식량난 등 내부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 등 대외적 위기감도 커지며 주민들 결속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지난 3일 ‘당 중앙의 크나큰 믿음대로 당 선전일군(간부)들은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의 역할을 다하자’는 제목의 글을 1면에 싣기도 했다.
정부를 감시·견제한다는 언론의 역할은 북한 체제와 거리가 멀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공식 매체들은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위시한 당국의 통제를 받는 관영매체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북한의 언론 자유도는 조사 대상 180개국 중 180위로 최악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한동훈 “이재명 당선무효형으로 434억원 내도 민주당 공중분해 안돼”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