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트럼프 기소의 의미, 미국서도 논란인 '정치검찰'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됐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건 미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내부 이야기를 자주 취재해 기사로 쓰는 매기 해버만 기자가 뉴욕타임스 데일리 팟캐스트에 나와 한 이야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일 없을 거라는 측근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기소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 https://podcasts.apple.com/us/podcast/the-daily/id1200361736?i=1000607106755 ]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갑자기 맨해튼 검찰이 자신을 곧 체포할 거라며, 지지자들에게 부패한 정치검찰의 마녀사냥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대배심이 기소를 결정했다고 피의자가 바로 사법당국에 체포되는 건 아닙니다. 기소에 응하면 날짜를 잡아 법원에 출두, 재판이 진행되는데 그 날짜가 4월 4일입니다. 해설을 쓰고 있는 지금은 미국 동부 시각 3일 오후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저녁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집으로 와서 하루를 보내고 4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첫 재판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저택으로 돌아가 '정치검찰'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소 내용은 무엇일까
핵심은 '입막음용 뒷돈'으로 번역할 수 있는 돈(hush money)을 둘러싼 회계 부정과 이를 이용한 2차 범죄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오른팔 역할을 하던 마이클 코헨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를 줬습니다. 대니얼스가 예전에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터뜨려 관심을 끌며 돈도 벌려고 하자, 트럼프의 당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폭로를 막기 위해 돈을 지급한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이 13만 달러를 코헨에게 지급했는데, 트럼프는 세금 신고에 이 돈을 일상적인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했습니다.
선거로 뽑는 지검장, 미국 검사는 다 정치검사?
이번 수사를 이끈 뉴욕 남부지검의 지검장은 알빈 브래그 검사장입니다. 한국 검찰과 미국 검찰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지검장 이상 여러 보직을 (검찰총장을 겸하는)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뽑는다는 점입니다. 브래그 검사장도 지난 2021년 뉴욕 맨해튼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인물이죠. 맨해튼은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가 90% 안팎의 지지를 받는 동네입니다. 85%의 지지로 뉴욕 남부지검장이 된 브래그 검사장이 임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해 주로 탈세와 불법 대출 의혹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안이 너무 복잡해서 확보해야 할 자료도 방대하고, 확실한 증인이나 증거를 모으기 쉽지 않아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브래그 검사장은 이에 수사 기조를 대폭 수정합니다. 확실한 증인이 될 수 있는 마이클 코헨이 누구보다 잘 아는 문제를 파고들어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혐의만 수사하기로 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브래그 검사장에 반기를 들고 옷을 벗은 검사들도 있었고,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브래그 검사장이 과연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브래그 검사장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형사 기소의 경우) 대배심(grand jury) 과반을 설득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대배심 제도가 없다고 한국 검찰이 기소를 남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 검찰에는 한 번 더 여과 장치가 있는 셈이죠. 기소를 추진했다가 대배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사건이 종결되면, 이는 수사를 이끈 검사의 이력에 오점으로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배심은 브래그 검사장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자신을 향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 맞서 브래그 검사장은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의 뜻에 따라 진행한 수사 결과가 받아들여져 이뤄진 기소를 비난하는 건 결국, 맨해튼 유권자에 대한 비난"이라고 맞받아칩니다. 선거로 뽑히는 검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본적으로 다 정치적인 검사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와 제도가 다른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미국 검사들이 선거로 뽑힌다고 딱히 포퓰리즘에 들어맞는 수사만 하거나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브래그 검사장이 정치적이라기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력 자체가, 그로 인해 마침내 현실이 된 이번 전직 대통령의 형사 기소라는 사안 자체가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두 갈래 혹은 그 이상으로 쪼개진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미국인들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jAzxmmbvHI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가 쓴 칼럼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 대부분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는 글입니다. 한 마디로 법치국가 미국에서 누구든 잘못하면 법의 심판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며, 여기에는 돈이 많든 권세가 있든 전직 대통령이든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공화당 안에서는 트럼프를 얼마나 지지하느냐에 따라 반응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우선 트럼프 본인과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검찰이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마녀사냥을 즉각 중지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공화당원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트럼프와 거리를 둬 온 이들은 검찰의 표적 수사, 정치 보복을 비난하면서도 온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뉴욕타임스보다 특히 오피니언란은 훨씬 더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페기 누난은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되, 이번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사건의 격을 문제 삼았습니다. 즉,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지른 더 큰 잘못이 있는데, 그보다 훨씬 하찮은 사안을 가지고 덜컥 기소하는 바람에 온 나라가 싸움을 벌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게 생겼다는 겁니다. 누난이 언급한 더 큰 잘못은 2020년 대선에서 아깝게 패한 조지아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우리나라로 치면 주 선관위원장에 해당하는 조이자주 주무장관에게 "나를 찍은 표 11,800표를 당장 찾아오라"고 닦달한 선거 개입 혐의나
[ https://www.wsj.com/articles/the-wrong-indictment-against-trump-stormy-daniels-alvin-bragg-court-reagan-carter-iran-jan-6-33bdf2ef ]잭 스미스 특검이 수사 중인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건, 또 2021년
[ https://premium.sbs.co.kr/article/-jDNP7c-_U ]1월 6일 의사당 테러를 사실상 사주한 혐의가 죄의 경중으로 따지면 훨씬 더 무겁다는 겁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020530 ]
[ https://twitter.com/FoxNewsSunday/status/1642536815818166272 ]
2024년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은?
[ https://www.youtube.com/watch?v=ya3LjiJkL2c&t=2004s ]아메리카노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하나씩 살펴보죠.
[ https://www.youtube.com/watch?v=5VRU1bvYn3Q ]
먼저 트럼프를 향한 수사가 트럼프에게 득이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즉,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켜 결국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대세를 굳힐 길을 닦아줄 거라는 분석입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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