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대박 불렀다... 너덜너덜 ‘해리포터’ 책이 3300만원에 팔린 이유

김자아 기자 2023. 4.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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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만원에 낙찰된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 웹사이트

세월과 사용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해리포터책이 영국 경매에서 3000만원대에 낙찰됐다. 너덜너덜한 책이 고가에 낙찰될 수 있었던 건 2개의 오류가 등장하는 ‘초판본’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에 올라온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 양장본이 2만160파운드(약 3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책은 영국 글래스고에 사는 두 자녀의 어머니 홀리 호가트(34)가 26년 전 사촌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책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책을 보호하는 비닐 커버가 벗겨져 책등이 떨어져 나갔고, 세월의 흔적에 책장은 누렇게 바랬다. 또 일부 페이지에는 낙서가 있었지만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호가트는 “이 책이 경매에서 2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팔렸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누가 이런 책을 살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 있덨넌 이유는 이 책이 1997년 나온 초판 중에서도 양장본으로 출판된 500권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중 약 300권은 지역 도서관 등에 보관돼 대부분 크게 훼손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경매사 소더비에 따르면 초판본의 진위는 ‘10 9 8 7 6 5 4 3 2 1′이라는 일련번호와 특정 오탈자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판본 53페이지에는 마법사 학교 호그와트 준비물 목록에 ‘1 지팡이(1 wand)’ 가 두 번 반복되고, 뒷면 표지에 ‘철학자(philosopher)’라는 단어 철자가 잘못 표기 돼 있다. 또 저작권 페이지엔 저자 조앤케이 롤링의 이름이 이니셜 ‘J.K’ 대신 ‘Joanne’로 표기됐다.

'1 wand'라는 준비물이 두 번 반복되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본 53페이지./로이터 연합뉴스

소더비는 상태가 좋은 해리포터 초판본에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실제로 ‘해리포터’ 초판본 시리즈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이 책과 같은 판본에 조앤 롤링의 서명이 들어간 책이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에 거래됐고, 2021년 영국의 한 경매에서도 같은 책이지만 상태가 좋은 양장본이 8만파운드(약 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포터처럼 기숙사 학교에 다닌 호가트는 학창 시절에 이 책을 같은 기숙사를 쓰는 친구들에게 빌려줬고, 책이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바람에 훼손됐다고 말했다.

호가트는 여러 경매 업체에 의뢰해 이 책이 초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언&턴불사는 지난해 9월 이 책을 경매 카탈로그에 실었고, 지난 2월 열린 경매에서 한 미국인이 이 책을 낙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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