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보행자 1명 사망·1명 중상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정자교 보행로 일부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5일 오전 9시4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정자교가 무너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 보행로를 지나던 A씨(40대)가 다리 위의 가드레일, 신호등 등과 함께 추락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또 B씨(20대)가 허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이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정자교 보행로는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불과 3∼4초 정도다.
정자교는 1993년 6월 건설된 왕복 6차로 교각으로, 총 연장 108m 규모다. 무너져 내린 보행로는 전체 108m 구간 중 50여m다. 차로는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다만 추가 붕괴 우려에 따라 정자교 양방향 통행은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정자교 보행로가 왜 무너졌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정자교는 2021년 5월 정밀점검 결과에서 교량 노면 등 일부 부재에 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또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정기 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8월에서 12월까지 바닥판 표면보수와 단면보수 등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기 점검 당시 해당 교각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정밀점검 시기에 맞춰 올해 2월부터 안전점검업체에 도급해 정밀점검을 추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자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자교의 보행로는 한쪽 끝은 고정돼 있고 다른 쪽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떠 있는 ‘캔틸레버보’ 방식으로 시공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질 시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신호등이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각 위 신호등이 쓰러지며 순간적으로 강한 하중이 가해졌고, 연쇄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초 119신고 역시 “신호등이 쓰러졌다”는 내용으로 접수됐다.
촉발 원인이 교량 하부에 있는 상수도관 파열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량 아래에 매달려 지나가는 형태로 설치된 지름 20㎝짜리 상수도관은 현재 파열된 상태다. 보행로 붕괴 전 파열된 것인지, 붕괴의 영향으로 파열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사고가 난 교각은 지어진 지 30년 됐다”라며 “최근 캔틸레버보 시공에는 하중 저감 장치가 설치되지만 과거 시공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각종 호스관이 붙으면서 하중에 부담을 주면 교각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이 교각과 유사한 구조의 다른 교각에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멀쩡한 줄만 알았던 다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시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자교는 평소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곳으로 인근에 지하철 역이 있다. 상점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밀집해 있다. 직장인 유모씨(30)는 “평소 지하철을 타러 매일 지나가던 길”이라면서 “어쩌면 나도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 출퇴근길 다치지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강력범죄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전담팀 인원은 38명이다. 구체적인 붕괴 원인을 파악하고 성남시 등을 대상으로 교량 안전 점검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살필 예정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으로, 원인 파악 후 그 결과에 따라 교량에 대한 보수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무엇보다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전면적인 긴급안전점검을 통해 시민 여러분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면서 “향후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나나 “다섯 배 정도 아픈 것 같다”···타투 제거 시술 공개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