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故현미, 별세 전 마지막 사진 공개…"100살 넘기겠다시더니"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수 고(故) 현미가 별세 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자문위원장,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최규성이 찍은 것이다.
현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31일 그를 만나고 돌아왔다는 최규성은 5일 스포티비뉴스와 나눈 통화에서 “그날도 건강이 괜찮으시다며 ‘100살은 넘길 것’이라고 하셨는데”라며 “오히려 남들 건강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본인이 갑자기 확 떠나버리시니 이해가 안 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미8군에서 활동한 가수들을 다룬 책을 준비하고 있는 최규성은 최근 인터뷰를 위해 고인을 만났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인터뷰를 해야지, 해야지 했었는데 저도 바쁘다 보니 못했다. 인터뷰를 하자고 한 건 3년 전부터였다. 아내랑 최근 결혼 35주년 여행을 다녀왔는데 현미 누님이 ‘잘 지내냐’라는 문자가 와서 갑자기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하시죠’ 했더니 흔쾌히 하자시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했다.
자주 가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집에서 현미는 손수 커피를 끓여 대접할 정도로 정정했다. 최규성은 “사진 보면 손수 커피도 끓여주시고 너무 스윗하시다. 보통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데 그날은 마음이 너무 훈훈해져서 DSLR로 사진을 남겼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친한 사이인데도 코로나19 때문에 2년 넘게 못 만났다. 그럼에도 건강이 멀쩡하셨다. 저한테 ‘동생’이라고 불러주시고, 제가 선생님이라고도 못 부르게 하셔서 ‘누님’이라고 부르거나 ‘누나’라고 어리광도 부렸다. 워낙 화통하시고 대화가 끊기는 걸 못 견디는 분이시고 잠시도 말을 안하시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계속 화제를 이어가고 그날도 건강이 괜찮으시다며 100살은 넘기실 것이라고 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한명숙 선생님이랑 친하신데, 그날 오히려 ‘명숙이가 건강이 안 좋다’고 하시는 거다. 그렇게 남들 걱정을 했는데 본인이 오히려확 떠나버리시니 이해가 안 된다”라고 비통해했다.
이어 “그날 만나서 소띠라는 얘기도 처음 해주셨다. 호적에는 38년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37년생이라 소띠라고 하시더라. 식사하실 때도 밥은 많이 안 드시지만 소식하시면서 자주 드신다고 하더라”라며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서 초청받아 노래하신 사진, 그리스 가요제 나간 사진 그런 자료들 보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사진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고, 사진도 찍어가라고 해서 공개 안 된 사진을 많이 찍고 많이 봤다. 절반 정도 찍었나, 졸리시다고 해서 나왔는데 그게 마음에 남으셨는지 다음날까지 또 연락을 주셔서 저도 손녀랑 찍은 사진도 드리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 현미에 대해 “유쾌하신 분이다. 신나는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못 견디는 분이셨다. 좌중의 분위기를 주도하시는 여장부였고, 화통하고 유쾌하셨다”라며 “사진을 보면 너무나 건강해 보이시는데 믿을 수가 없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팝이 인식되는 데 선구자 같은 분이시고, 음악사적으로도 중요하신 분이시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활동을 하시는 분이 흔치 않지 않나. 가요계의 큰 별이 진 것”이라고 크게 슬퍼했다.
최규성은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증보판, 역사박물관 전시 등을 준비 중이다. 현미와 마지막 인터뷰는 이후 나올 미8군 가수 관련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경주에 가면 배호 선생 ‘마지막 잎새’ 노래비가 있는데 그 비문을 제가 썼다. 어느날 그 노래비가 보고 싶어서 갔는데, 누가 작사가가 저 마을에 산다고 해서 찾아갔다가 그분을 만나러 갔는데 암 말기셨다. 자신의 악보가 죽으면 버려질 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다며 악보를 선물로 주셨다. 몸도 불편하신데 대문밖까지 나와 배웅해 주셨고 그날도 사진을 찍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1년 뒤에서야 그분이 저와 만난 지 한 달 뒤에 돌아가신 걸 알았다. 지역에서는 추모 가요제까지 했더라.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그런데 현미 선생님 인터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소식을 듣게 됐고, 제가 마지막 가시기 전 기록을 하는 일을 의도치 않게 계속 하게 되고 있다. 제 운명인 것 같다”라고 했다.
현미의 빈소는 서울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전망이나, 미국에 사는 두 아들 등 유족이 모두 도착한 후에야 정확한 장례 절차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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