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먼저 하시라” 말에 보이스피싱 직감…휴직 경찰의 놀라운 ‘촉’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may@mk.co.kr) 2023. 4. 5.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일조한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휴직 중인 경찰관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거책을 잡았다. 항암 치료로 본인의 몸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나서 화제다.

5일 충북경찰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은 지난달 30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수상한 남성을 목격했다.

ATM 한 대가 고장 난 탓에 나머지 한 대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자신의 차례임에도 뒤에 있던 정 순경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던 정 순경은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는 남성의 말을 듣자마자 범죄를 직감했다.

정 순경은 곧바로 남성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얼마를 입금하시는 거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고 일하시는 거냐”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남성은 쭈뼛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정 순경은 당황한 남성을 상대로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그에게 가방을 열어보게 했다. 가방 안에는 현금 1700만원이 세 개 봉투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계속된 질문에 남성은 답변을 피하다가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이랑 통화해보라”면서 정 순경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통화를 건네받은 직원은 “금 거래를 하는 거라 이런저런 돈을 입금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얼버무렸다. 정 순경이 어느 거래소에서 근무하냐고 묻자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확신이 든 정 순경은 즉시 112에 신고하고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둔 뒤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남성을 인계했다.

익산경찰서는 이 남성으로부터 17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준 뒤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은 청주상당경찰서 소속의 3년차 경찰관이다. 지난해 10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휴직한 뒤 고향인 익산에 머물며 항암 치료를 받던 중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일조했다.

항암 치료를 위해 가슴에 케모포트(약물 투여를 위한 기구)를 삽입한 상태여서 뛰거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에 주저 없이 나서 17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정 순경은 “1년간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먼저 하시라’는 말 한마디에 느낌이 왔다.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송금 직전 검거에 성공,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