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먼저 하시라” 말에 보이스피싱 직감…휴직 경찰의 놀라운 ‘촉’
5일 충북경찰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은 지난달 30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수상한 남성을 목격했다.
ATM 한 대가 고장 난 탓에 나머지 한 대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자신의 차례임에도 뒤에 있던 정 순경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던 정 순경은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는 남성의 말을 듣자마자 범죄를 직감했다.
정 순경은 곧바로 남성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얼마를 입금하시는 거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고 일하시는 거냐”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남성은 쭈뼛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정 순경은 당황한 남성을 상대로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그에게 가방을 열어보게 했다. 가방 안에는 현금 1700만원이 세 개 봉투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계속된 질문에 남성은 답변을 피하다가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이랑 통화해보라”면서 정 순경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통화를 건네받은 직원은 “금 거래를 하는 거라 이런저런 돈을 입금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얼버무렸다. 정 순경이 어느 거래소에서 근무하냐고 묻자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확신이 든 정 순경은 즉시 112에 신고하고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둔 뒤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남성을 인계했다.
익산경찰서는 이 남성으로부터 17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준 뒤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은 청주상당경찰서 소속의 3년차 경찰관이다. 지난해 10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휴직한 뒤 고향인 익산에 머물며 항암 치료를 받던 중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일조했다.
항암 치료를 위해 가슴에 케모포트(약물 투여를 위한 기구)를 삽입한 상태여서 뛰거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에 주저 없이 나서 17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정 순경은 “1년간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먼저 하시라’는 말 한마디에 느낌이 왔다.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송금 직전 검거에 성공,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SKC, 테슬라에 동박 10년간 공급 - 매일경제
- 1300만원 깎아주자 벤츠 외면했다…‘통큰할인’ BMW, 이젠 넘버1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강간당했다” 남성 신고에 경찰차 4대 출동했더니...“거짓말인데 하하하” - 매일경제
- “이럴거면 로또를 사지”…年13% 준다던 적금은 그림의 떡 - 매일경제
- “나만 몰랐나”…10% 특판 적금 가입했다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 매일경제
- ‘100원 시절’ 있었는데…세월 흘렀다지만 60배 ‘껑충’ 이 음식의 정체 - 매일경제
- “최저임금 1만2천원” 주장에 경영계 반발…“이러면 알바 못 뽑아” - 매일경제
- 부재중 팀장에 온 임원전화 끊고 대신 문자보낸 MZ…누리꾼 반응은 - 매일경제
- 세상에 이걸 탄다고?...유명 공원서 활보 중인 ‘욱일기 인력거’ - 매일경제
- 이영표·이동국, 승부조작 사면 파문 책임지고 축협 부회장직 사퇴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