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의회 의장' 이강 선생 헌사집 공개…김구 자필도 담겨(종합)

임정기념관, 유품 '설니홍조' 입수…임정수립기념일 앞두고 5~7일 전시

설니홍조 1·2권 표지 [국가보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내며 조국 독립에 일생을 바친 오산 이강(1878∼1964) 선생이 제자로부터 받은 헌사와 지인의 글 등을 엮은 서책 '설니홍조'(雪泥鴻爪)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임시정부기념관은 지난해 이강 선생의 후손으로부터 입수한 '설니홍조'를 임시정부수립기념일(11일)을 앞두고 이날부터 7일까지 사흘간 전시한다. 후속 전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난 이강 선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러시아 연해주, 만주와 중국 등에서 '공립신보' 주필, '대동공보' 편집책임을 맡아 항일 언론활동을 전개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계획과 실행을 돕기도 했다.

1919년 강우규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원과 부의장을 거쳐 1927년 의장직을 맡았다.

이후 흥사단 원동지부원으로 참여했으며 1928년 중국인 교회에서 강연하다 체포돼 다시 옥고를 치렀다. 1930년 만기 출옥 후 고향 용강을 거쳐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 정착해 중국인 제자를 양성했으며 1941년 한국광복군 수립 후 광복군 모병활동을 하다 광복을 맞이했다.

'설니홍조'는 중국인 제자들과 지인의 헌사, 선생의 글을 엮은 공책 2권이다.

중국 송나라 소식의 시에 등장하는 표현인 설니홍조는 '눈 녹은 진흙 위의 기러기 발자국'으로 번역되며,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사라지는 인생의 자취를 뜻한다.

선생은 1944년 취안저우를 떠나며 쓴 1권 서언에서 자신의 중국 내 독립운동 활동을 돌아보며 그에게 호의를 베푼 제자와 지인에게 감사를 전하고 함께한 기억을 평생 잊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기념책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설니홍조에 수록된 백범 김구 글 [국가보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권에는 선생과 제자 73명이 쓴 글이 담겼다. 중국인 제자들은 머나먼 타지에서 만남의 소중함, 이별의 아쉬움, 그리고 독립을 위해 활약한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선생의 중국인 제자 리이는 "굳은 의지와 고된 투쟁 속에 인생은 얼마나 위대한가. 오산 선생님, 당신을 깊이 존경합니다"라고 헌사했다.

2권은 이강 선생이 백범 김구 선생과 성재 이시영 선생 등 6인에게 요청해 받은 글귀로 구성됐다.

김구 선생은 중국 송대 문장가 범준의 문집에 실린 글을 옮겨 적었고, 이시영 선생은 "군자는 덕으로써 사람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기만하거나 남을 속이지 않는다"라고 썼다. 2권 마지막에는 선생이 쓴 국한문과 영문 이력서도 실려 있다.

임시정부기념관 관계자는 "제자들의 헌사와 지인의 글 모두 작성자들의 자필로 담겨있다"면서 "연구자료와 소장품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희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은 "오산 이강 선생은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임시의정원 의장을 역임했음에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라며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숨은 독립운동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널리 알림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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