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개혁이 노동개혁이라는 尹 ‘검사 본능’

봉달호 편의점주 2023. 4.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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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 편의점 칼럼]

● 부동산 자책골로 민심 잃은 盧·文
● 尹 노동개혁=盧·文 부동산 정책
● “노조가 없어 감동받았다”라니…
● 핵심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
● 산업별로 노조 구성해야 진짜 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무렵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동산 정책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 이 말을 뒤집으면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역시 노 전 대통령은 솔직한 구석이나마 있다. 실패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대목에서는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뚜렷하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때려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낸게 노무현 정부다.

땅 부자들의 호시절

종부세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국 각지에 여러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걸 모두 취합해 일정 금액 이상으로 갖고 있으면 '종합적인'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각의 부동산은 이미 지방에 재산세를 내고 있다. 한번 세금을 낸 대상을 다시 취합해 세금을 매기는 격이니 이중과세의 논란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게다가 부동산이 하나뿐인데 거액인 경우, 혹은 소유주가 부동산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실질적 소득이 없는 경우 문제가 된다. 대표적으로 은퇴자들이 그렇다. 이 경우 집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종부세는 평생 직장에 다니며 부동산 하나를 겨우 마련한 고령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조정됐고, 1주택자의 경우 감면 혜택이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종부세가 고지될 때마다 여론은 들끓는다. 종부세는 세수 증대 효과도 거의 없다.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를 세금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50대 이상 연령층, 특히 수도권 중산층 사이에 '종부세 = 노무현 정부'라는 뚜렷한 기억만 남겼을 뿐이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노무현 정부의 실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라리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기만 했으면 다행인데, 반대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경기가 침체되니까 부양책을 쓴답시고 주택투기지역과 토지거래 허가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해버린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큰소리치던 정부가 규제를 해제하고,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까지 허용한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다. 더워 죽겠다고 에어컨을 켰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히터를 틀어놓은 격이랄까.

나아가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지식기반도시 등 지금 전국 곳곳에 거창하게 이름 붙은 지방 신도시들이 그때 생겨났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느니, 수도권 과밀 현상을 해소하겠다느니 하는 발상으로 나온 정책의 결과물이다. 후보지로 떠오른 곳은 땅값이 천정부지 솟았다. 지방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을 강제로 옮기겠다고 하니 수도권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고, 수도권 집값은 갈수록 뛰어올랐다. 전국의 집값, 땅값이 동시에 들썩였다. 노무현 정부 시기는 부자들이 오히려 만세를 부른 호시절이었다.

황당함의 결정판은 경기부양을 한다면서 골프장 건설을 권장한 일이다. 당시 전국에 181개 골프장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는 4개월 만에 신규 240개 골프장에 대한 심의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을 위해 환경규제를 일제히 풀었다. 새로운 골프장 후보지들은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었다. 이번에는 산림, 임야, 논밭을 가리지 않고 삼천리 방방곡곡 땅값이 뛰었다. 전국 여기저기가 골프장 공사로 파헤쳐졌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거의 오르지 않았던 땅값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만 23.8% 상승했다. 땅 부자들의 '참여' 정부였다.

尹 정부 노동개혁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는 가까운 사례이니 굳이 소개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만 서른 번을 헤아렸다. 그때마다 각종 규제를 수십 건씩 쏟아냈지만 백약, 아니 만약(萬藥)이 무효였다. 수도권 집값은 곱절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집값을 올려놓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가격을 올려놓고 고집불통 부동산 정책을 지속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다. 결국 정권을 잃었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정권마다 왜 이렇게 부동산 문제로 몰락의 길을 걷는 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정확한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욕망'을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욕망 가운데에는 지나친 탐욕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수백 수천 채를 보유한 거악(巨惡)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물론 그런 사람은 '때려잡아야' 마땅하지만, 5000만 인구 가운데 몇십 명도 되지 않을 사람들의 탐욕을 제어하겠다고 숱한 사람의 생존 욕망을 제어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면서 자칭 '진보주의자' 자신들은 뒷구멍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행태를 숱하게 보였으니 ― 조국, 김의겸, 윤미향, 김수현 등 이름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 국민은 그 '내로남불'에 차갑게 등을 돌렸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로 시선을 돌려보자.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이라는 것을 보면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이 겹쳐 떠오른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은 "노조개혁이 노동개혁"이라는 근본도 알 수 없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노동개혁 과제 가운데 노조를 개혁할 필요성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문제가 난맥상을 겪는 것이 노조 때문일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이 꼴이 된 것이 노조가 부패했기 때문일까? 전국 7000여 개 노조 가운데 부패한 노조는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일부 부패 노조를 '때려잡겠다'고 선언하면서 마치 노동조합 전체를 이상한 단체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소위 말하는 '노동개혁'이다. 이게 무슨 개혁인가? 그냥 공안 통치일 따름이다. 공안을 개혁으로 착각하는 것에서 윤 대통령의 여전한 '검사스러운' 마인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위험한 발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월 6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2023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이 자리에 민주노총은 불참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사고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는 김문수 씨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힌 일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2일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하고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보자. 길지 않은 글이니 전문을 옮겨보겠다.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나이 28세. 현장에서 핸드폰을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천만 원이 안 됩니다. (현대-기아차의 40% 정도)"

노조가 없어 '감동' 받았다는 것이 노동개혁 과제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의 책임자가 할 말인가? 군사정권 시절에도 공개적으로는 할 수 없던 말이다. 생산성 향상과 안전을 위해 작업 중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평균 임금이 4000만 원이 되지 않는 것에 '감동' 받았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실로 난해한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람에게 '개혁'을 맡기겠다니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혁이란 대체 무엇인가? 더 무슨 '감동'을 바라는가?

우리나라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극복하는 일이다. 근로자 사이에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분명 같은 일을 하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현격히 다른 현실을 뛰어넘는 일이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정규직이 되지 못한 이유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 근로자보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감당하면서도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것을 언제까지 근로자 탓으로 돌리면서 "그러게 열심히 노력하지 그랬어"라고 비아냥거리기만 할 것인가. 그런 이유로 너도나도 대기업에만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양극화로 인한 계급적 적대감은 심화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고, 종국에는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이런 이중구조를 타파해 양극화의 간극을 어떻게든 좁혀나가는 일이다.

출산율 문제도 결국은 '돈이 없어' 결혼을 안 하는 것 아니던가. 청년들에게 소득을 직접 지원할 수 없다면 가급적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가깝게 노동시장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바로 그것이 시장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노동개혁이 안 되니 소득격차는 벌어지고, 소득이 적으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안 하며, 출산율이 낮으니 연금개혁을 아무리 해봤자 미봉책에 그친다. 한정된 노동시장을 둘러싼 극단적 경쟁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아무리 교육개혁을 해봤자 사교육 시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노동개혁이 모든 개혁의 첫걸음이다.

기업별 노조 시스템이 만악의 근원

민주노총 위원장이 2월 28일 서울 숭례문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건폭(건설노조 폭력배)’이라며 노조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윤석열 정부는 이런 임금격차가 노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이없긴 하지만 전혀 틀린 생각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전후해 노동조합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19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면서 소득 및 분배와 관련한 각종 통계 지표가 급격히 좋아졌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업종 통폐합을 통한 기업 간 집중과 우열(愚劣)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른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번듯한 노조를 지닌 대기업 근로자들의 삶은 갈수록 나아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도태되는 양극화 경향 또한 분명해졌다.

기업에 있어 노조는 음이자 양이다. 비록 노조가 있더라도 그것을 '돈으로' 때울 수 있는 대기업은 더욱 많은 임금을 주면서 노동쟁의를 막고 훌륭한 인재도 모두 '돈으로' 빨아들이면서 갈수록 성장한다. 그 결과로 '대기업 = 경쟁은 치열하더라도 복지가 좋고 성과에 따른 급여는 많이 주는 회사',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 = 급여도 낮고 복지도 나쁘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없는 회사'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고착됐다.

우리나라의 노동문제는 이 기업별 노조 시스템으로부터 만악의 근원이 만들어졌다. 노조가 기업 단위로 있으니 기업 단위로 복리 격차가 벌어지고, 그것이 극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면 기업노조가 아니면 어떤 노조가 있을 수 있는가. 지금 적잖은 사람들은 노조가 기업(회사) 단위로 구성되는 것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지만 사실 노조는 업종별로 구성되는 것이 옳다. 노조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니 노동운동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성을 고취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1980년까지 우리나라는 어용이긴 했지만 산별(産別) 노조가 원칙이었다. 기업노조는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고, 산별노조의 지부 형태로 존재할 따름이었다.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고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면서 기업별 노조 시스템으로 변환했다. 재계가 요구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재벌의 탐욕스러움이 이런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재벌 오너들 입장에서는 산별노조 시스템이 정착되면 노사 협상을 업종별로 해야 했기 때문에 기업노조를 선호한 것이다. '내가 소유한 기업은 내가 알아서 관리하면 되는데 왜 굳이 업종별 협상에 임해야 하는가'라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나 다름없다. 전두환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의 미래야 어떻게 되든 일단 자기 회사만 무사하면 된다는 지극히 단세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 오너는 '무(無)노조' 방식으로 '자기 관리'를 해왔다. 현대그룹 오너는 노조에 당근을 주면서 달래는 방식으로 '귀족노조'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 보수 진영이 흔히 비판하는 귀족노조는 재벌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재벌의 이기적 마인드는 해당 기업에 속해 있는 근로자들의 이기적인 발상과 결합해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고착됐다. 이제는 너도나도 그들의 경제 공동체에 끼지 못해 안달일 따름이다. 대한민국은 거기에 '낀' 사람과 '끼지 못한' 사람으로 양분됐다. 탐욕과 이기주의 노조 시스템이 만들어낸 양극화다.

대기업-노조-보수 정권, 적대적 공생관계

첨언하자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4.2%에 불과하다. 대부분 중견기업 이상 회사에 속한 노조다. 그 가운데 기업노조에 속한 근로자가 39.6%이고 산별노조라고 할 수 있는 '초기업 노조'에 속한 근로자가 60.4%인데,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 산별노조가 꽤 잘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우리나라 민간 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11.2%에 불과하지만 공무원은 75.3%, 공공부문은 70%에 이른다. 이러니 대기업 아니면 공기업에 가려는 것이고, 공무원이 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30인 이하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이게 과연 노동자들을 위한 시스템인가? 상위 14.2% 노동 귀족들의 참세상일 따름이다.

한발 나아가 보자. 노동조합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임금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노조만 성행하니 산별 협상을 주도할 노총은 할 일이 없다. 그러면서 회비를 갹출하니 노총에 예산은 많다. 무엇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겠는가? 결국 노총은 밤낮 정치투쟁밖에 할 일이 없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우리나라 노총이 정치화된 것도 근원을 살펴보면 대기업 중심의 기업노조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보수 정권은 그런 노총과 노조를 때려 패면서 여론의 지지율을 높이곤 한다. 노총과 노조는 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또 자기들 나름의 정의감과 존재감을 과시한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노조, 노총, 그리고 보수 정권은 이렇게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룬다. 기실 국민의 85%는 싸움판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인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정치에 관심 많은 일부 사람들만 특정 진영을 옹호하면서 치고 박고 싸우는, 그들만의 정치적 메이저리그다.

노조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워낙 '노조=기득권-정규직-고소득자'라는 인식이 팽배하니, 상황의 본질을 잘 모르는 국민은 노조를 때리는 것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뭔가 '서민의 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지율도 올라간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우익 포퓰리즘'의 길에 영악하게 뛰어들었다. 본인들은 정무 감각이 탁월하다고 자찬하고 있을 것이다. 오로지 국민을 갈라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운동권 정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1950년대 미국에서 노조와 마피아의 공생관계는 지금 윤석열 정부와 노조의 관계와 엇비슷하다. 어떤 방식의 공생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산업별 노조 재편이 노동개혁 첫걸음

진정한 노동개혁이 이뤄지려면 우리나라 노조 시스템은 산업별로 재편하는 것이 마땅하다. 노동개혁의 첫걸음이자 핵심에 가깝다.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장기적으로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기업별 노조는 해체되거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노조, 특히 대기업 노조들이 격렬히 반발할 것이다. 그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대해 겉으로는 찬성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존심 상하게 우리를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똑같이 취급해?' 하며 내심 반발할 것이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웬만한 정치력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마땅하다. 일단 현재 임금에서 삭감되는 부분이 없어야겠고, 기업 내 노조가 없어지는 대신 근로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 몫을 두는 것이다. 이것은 재계가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면 될 텐데 이렇게 하면 저쪽이 반대하고, 저렇게 하면 이쪽이 반대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사회적 대타협'은 말은 쉽지만 대단한 정치적 감각과 능력이 있어야 하고, 국내외 정세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제반의 과제에 대해 아무런 인식도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노동개혁이 무엇인지,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어 보인다. 엉뚱하게도 노조 부패를 척결하는 것을 노동개혁으로 치환하고 있다. 계속 때려 패놓고 '대타협을 하자'고 하면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겠나?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의 반경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평생 그 습관을 버리기 힘들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20대 초반에 형성된 운동권적인 사고방식을 50~60대가 될 때까지 버리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세상을 정의와 불의로 양분하고, 자신을 '정의의 수호자'라고 착각하는 흑백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한 인식 아래 그들은 '부동산 투기꾼'들을 때려잡는다는 부동산 정책을 남발했고,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홀랑 태우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평생 범죄자를 단죄하는 일에만 익숙한 사람이다. 그 일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 일이 필요 없다는 말도 전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검사의 영역이지 대통령의 온전한 역할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분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부패한 노조를 때려잡는' 것을 노동개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는 운동권 정부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홀랑 태워버리는 결과 또한 양쪽이 비슷하게 나타날 것 같다.

이념 없는 노동개혁에 정의란 없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노조의 부패를 옹호하는 것이냐"고 윽박지르는 윤석열 정부 적극 지지자들이 있다. 이 또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 "투기꾼들을 옹호하는 것이냐"고 공격하던 운동권 정부의 행태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파시스트들의 전형적 수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래도 검사 출신이 운동권 출신보단 낫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은 자유지만, 영원히 신민(臣民)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아닐까. 국민은 신민이 아닌 국민이 되고자 윤석열 정부를 선택했다. 또 다른 왕과 왕비, 귀족을 모시기 위함이 아니었다.

좌파 파시즘이 물러나자 스스로 정치 10단이라고 착각하는 우파 파시즘이 들이닥쳤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좌파'라고 말하는 것이 가당찮은 것처럼 윤석열 정부를 '우파'나 '보수'라고 불러주는 일 또한 한 편의 코미디다. 양쪽에 이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정의의 편이라고 착각하고 자유의 수호자인 것처럼 착각하는 자칭 엘리트 그룹끼리의 밥그릇 다툼일 따름이다. 고강도 정치 관여층을 빼놓고 국민 80%는 관심조차 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은 시작부터 실패했다. 그들은 개혁하지 않아도 원래부터 잘 먹고 잘살던 사람들이니까.

봉달호 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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