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비교 "그릇이 화려해도 음식이 부실하면 의미 없다"

강진구 2023. 4.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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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VS 네·카·토]
가격 비교 편리하다지만
수수료·알고리즘 논쟁도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이 한 모바일 금융플랫폼이 진행한 포인트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VS.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다."

은행 예·적금부터 자동차보험에 이르는 금융 비교 플랫폼의 등장이 가시화하면서 소비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발품을 팔아가며 금융사 상품을 일일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경쟁 확대로 예금금리 인상, 보험료·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로 불리는 빅테크를 향한 우려도 적잖다. 편리성을 무기로 소비자를 묶어 놓은 뒤, 수수료를 크게 높여 본인들 배만 채울 수 있다는 의심이다. 심지어 알고리즘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시선도 없잖다.

금융권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등이 내세우는 금융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기존 비교 서비스인 보험다모아 등과 달리 플랫폼 안에서 비교부터 가입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한다. 보험 플랫폼은 우선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 한해서만 서비스될 예정이나, 향후 일반 건강보험 상품으로 범위가 확대되면 개인 맞춤형 보험까지 쉽게 비교하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건은 금융사의 참여 여부다. 플랫폼이란 '그릇'이 화려해도 '음식'인 금융사 상품이 부실하다면 의미가 없다. 핀테크 업계에서 "업계 대형사들이 불참하면 금융 플랫폼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용도 관심 포인트다. 핀테크 업계는 가격 인하를 상수로 둔다. 실제 대출비교 플랫폼인 핀다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핀다로 대환대출을 받은 사용자의 70%가 평균 금리를 1인당 4.61%포인트 낮췄다. 상품 간 비교로 실질적인 비용 하락을 이끈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주장은 반대다. 특히 보험업권에선 금융 플랫폼 상품이 디렉트(CM) 상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설계사 없이 보험사와 고객 간 '직거래'를 하는 CM은 수수료가 사실상 없지만, 금융 플랫폼은 '유통업자'인 핀테크가 중간 수수료를 챙기게 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우려하는 부분은 빅테크의 독과점이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서 배달비를 사실상 인상했듯, 금융 플랫폼도 초기엔 낮은 수수료를 받겠지만 업체 간 경쟁이 완화하면 수수료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핀테크 관계자는 "수수료를 무리하게 책정하면 소비자가 CM을 선택하지 금융 플랫폼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박하고 있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지급결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경험 비율은 2021년 기준 각각 86.9%와 89.7%인데 반해, 60대와 70대는 각각 39.6%, 15.4%에 불과했다. 금융 플랫폼 절대 다수가 모바일 기반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은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정보의 계층 간 불균형)'과 '파이낸셜 디바이드(금융 정보의 계층 간 불균형)'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추천 알고리즘의 적절성도 향후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소비자 편익보다 핀테크에 주는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상품이 우선 추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플랫폼 출시 전에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을 통해 알고리즘을 사전 검증하겠단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 비교 플랫폼 같은 경우는 시범사업이라 금융감독원 등이 2년마다 알고리즘 공정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경욱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리스크(인공지능의 작동 기제를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 특성상, 결과값이 잘못 나오더라도 이를 바로잡는 것은 플랫폼업체에도 까다로운 일"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알맞는 금융상품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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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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