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현미, 북에 두고 온 두 동생 못 보고 ‘밤안개’처럼 떠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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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85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끝내 북한에 있는 두 동생을 다시 보지 못하고 눈감았다.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현미는 1951년 1·4후퇴 당시 부모님과 6남매와 남쪽으로 내려왔고, 어린 두 여동생과 헤어졌다.
현미는 2018년 9월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생과 만났던 기억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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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안개
임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그 옛 임을 찾아주려나 가로등이여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현미 <밤안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85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끝내 북한에 있는 두 동생을 다시 보지 못하고 눈감았다. 그가 대표곡 ‘밤안개’에서 불렀던 ‘그림자 찾아 헤맸던 임 생각’은 두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1938년 평양에서 태어난 현미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고향에서 살았다.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현미는 1951년 1·4후퇴 당시 부모님과 6남매와 남쪽으로 내려왔고, 어린 두 여동생과 헤어졌다. 가족 모두 피난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아 9살·6살 두 동생을 할머니 집에 맡겼다고 한다.
곧 만날 줄 알았지만 동생 얼굴을 다시 마주하는 데 47년이 걸렸다. 1998년 3월 민간단체의 주선으로 중국 장춘에서 동생 길자씨를 만났다. 현미는 2018년 9월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생과 만났던 기억을 털어놨다. “동생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울더라. 사실은 버리고 간 것이 아니다. 동생이 북한이 추워서 손톱, 이빨이 다 빠졌더라. 그래도 살아서 만날 수 있는 게 어디냐.” 그는 “이후 동생들이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문만 열어주면 좋겠다. 통일은 고사하고 왕래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동생들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갔다. 그는 2020년 통일부와 대한적십사가 진행한 ‘이산가족 고향체험 VR용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가상현실(VR)로 북녘 고향 땅을 간접 체험하는 사업이었다. 현미의 기억 속 고향 풍경을 복원했다. 가상현실로 고향 집을 둘러본 그는 “(헤어진 동생)명자야, 길자야 잘들 있거라…나 눈물이 나서 아무것도 안 보여”라며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두 동생의 생사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현미는 1964년 ‘김수임 간첩 사건’을 다룬 영화 ‘나는 속았다’ 주제곡으로 ‘보고 싶은 얼굴’을 발표했다.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노랫말을 되뇔 때마다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산가족 고향체험 VR용 콘텐츠 제작’ 영상(유튜브 채널 ‘통일부 UNITV’)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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