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일반인도 반복적 교리에 세뇌되면 광신도 전락[Who, What, Why]
교주 믿으면 천국, 불신은 지옥… 주입식 학습에 마약처럼 중독
무당처럼 예언하고 치유 쇼 ‘영적능력’ 있는척 신도 속이기도
충성도로 서열 매기는 시스템… 맹신을 ‘순결한 믿음’이라 착각
범죄도 ‘신의 뜻’ 인지부조화… “지속적 상담통해 진실 알려야”
“현재 우리나라에 자신을 재림주(再臨主)로 자처하는 사람은 200여 명이 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그중 신도가 몇 천 명이 따를 정도로 세력을 이룬 교주는 40여 명쯤 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회장인 진용식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부터 이단 종교를 연구해 온 진 목사는 “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근절되지 않고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그 원인을 파악하고 상담을 통해 피해자를 구출하는 한편, 법적 제도를 강화해서 사회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식적 집단에 왜 빠지나
진 목사의 언급에서 드러나듯 기성 기독교 교단에선 이단과 사이비 종교 집단을 함께 묶어서 칭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동류로 취급하지만 둘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단(異端)은 기성 교단의 교리에서 벗어난 주장을 펼치며 파당을 이룬 경우이고, 사이비(似而非) 종교 집단은 탈기독교적 교리 아래 반사회적 활동을 하는 무리를 이른다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를 빙자해 가정을 파괴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행태로 공동체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집단이 후자이다.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킨 넷플릭스 프로그램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실체를 파고든 것이다. 이 방송을 본 일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보이는데 왜 저기(사이비)에 빠지느냐”는 것이다. 김경천 목사는 이에 대해 “교리에 대해 반복적으로 세뇌되는 탓”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JMS에서 부총재까지 지냈으나 과감히 탈퇴한 후 피해자 구출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에 따르면, JMS 교주인 정명석 총재는 성경을 독특하게 해석한 교리를 통해 기성 기독교 신앙에 의문을 품은 이들을 신도로 끌어들였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를 하나님이 보냈는데, 그게 자신이라며 신도들을 집단 최면 시스템으로 세뇌해 왔다. 자신을 믿으면 특별히 천국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교리에 마약처럼 중독되도록 반복적으로 학습을 시킨다. 그러니 신도들은 조직에서 탈퇴하면 지옥에 빠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절대 순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 목사 등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집단은 새 신도를 끌어들일 때 처음부터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인생의 병고, 신앙적 회의 등 대상자의 상황에 맞게 위로와 격려를 하며 이끈다. 또한 문화·체육 활동 등을 통해 연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한다. 그렇게 한 후 서서히 집단의 교리를 익히게 한다.
1995년부터 JMS 반대 운동을 펼쳐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대중이 사이비 집단의 교리에 빠져드는 것은 인터넷 영향도 크다고 했다. 대중이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를 직접 접하며 전문가를 불신하고 자신이 믿는 것이 진리라는 확증 편향에 빠지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의 상당수는 ‘나는 옳다’는 교만함이 있다”며 “처음에 이상하게 느꼈더라도 ‘내가 그런 데 빠질 리 없다’는 교만으로 맹신을 키운다”라고 지적했다.
사이비 교단은 사회 각계의 엘리트들을 공들여 포섭하는데, 신도들은 그런 인물들이 자기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통해 교리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 내부 충성도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에 교주와 가까운 거리에 가기 위해 ‘순결한 믿음’의 경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교주의 범죄 행위를 목격하더라도 신의 뜻으로 치부한다.
자신들의 반사회적 활동을 고발하는 언론을 각종 소송 등으로 괴롭히는 것은 ‘메시아’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미화한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은 재림주를 위협하는 사탄 행위라며 신도들이 보고 듣지 않도록 강요한다.
김 목사는 “집단의 문제성을 자각한 신도들이라고 해도 쉽게 탈퇴하지 못하는 것은 이후에 가해질 협박과 위해가 무섭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령 탈퇴에 성공하더라도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서다.
◇사이비 교주가 왜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나
대부분의 나라에 사이비 교주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기승을 부린다. 왜 그럴까. 한국인에게 내재한 종교심을 이른바 ‘메시아 사기꾼’들이 악용하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전래한 이후로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한 국가이다. 기독교에 버금갈 정도로 불교의 기반도 넓고 정치계의 무속인 논란에서 보듯 샤머니즘의 뿌리도 깊다. 세상을 구원할 부처를 염원하는 미륵신앙이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고유의 민족 사상에 기반한 종교들도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비 교주들은 이런저런 종교를 끌어와서 기독교 교리를 재해석하며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운다. 종말이 곧 시작하는데 자신을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회유한다. ‘천상의 세상’, 즉 천국에 들어가는 이로 뽑히기 위해선 교주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적 문란, 재물 수탈, 폭행과 살상, 가정 파괴가 일어나더라도 천국으로 가기 위한 희생으로 조작한다.
교주들은 신격화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신적인 능력이 있는 존재로 믿기도 한다. 하늘과 소통하는 주문 등을 외며 자신까지도 속이는 자기기만을 하는 것이다. 정신 병리학적 증상일 뿐이지만, 신도들에게는 영적 능력으로 비친다.
이들 교주는 무당처럼 신기를 발휘해 예언을 하거나 병을 치유하는 ‘쇼 이벤트’를 통해 신도들의 열광을 얻어낸다. 조직 내부의 조직은 그 열광을 지속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 각계 인맥을 통해 교세를 키워나간다.
그런데 이 교주들이 내세우는 교리는 정작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리를 짜깁기하거나 복제한다는 것이 진 목사 등의 연구결과이다. 예컨대, 이만희 교주가 이끄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17세의 소년 유재열이 만들었던 ‘장막성전’에서 비롯됐다. 이 교주가 장막성전에서 나온 후 그와 유사한 교파들에서 배운 교리와 조직 체계를 본떠 자신만의 분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집단 자살 사건을 일으킨 오대양의 박순자 교주는 세월호 참사에 연루된 유병언의 구원파에서 종말론을 빌려왔다고 한다.
◇개인과 사회의 대처방법은
진 목사는 “이단상담소협 등 전문성을 지닌 단체들이 사이비 종교 집단의 논리를 깨부숴나가며 피해자를 구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교주들의 실체를 신도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면, 마침내 깨닫고 거기서 빠져나올 용기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진 목사는 “시민 사회의 그런 노력과 함께 세상에 피해를 주는 사이비 종교를 법 제도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개신교도들이 종교 자유를 부르짖었던 미국에서 기독교가 들어왔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를 제한하는 법 규정이 미흡하다. 진 목사는 “유사 종교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범시민연대에서 서명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JMS 내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김 목사도 “종교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사이비 종교 집단은 사회의 암적 존재이니 포교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비 종교의 발호를 막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 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주요 10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계와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은 이단 연관 집단과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학교 당국은 학생을 대상으로 이단의 포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교회의 기성 교단에는 다음 세대 교육과 홍보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개신교 최대 연합인 한국교회총연합 회장을 지낸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는 “정통 기성 교회가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새로워지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했다. 초대 교회가 섬겼던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서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현대인이 느끼는 박탈감·소외감·불안감을 품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폭행·협박속에서도 정명석 실체 폭로 주력… “이제라도 적극 수사 다행”
■ 反JMS 활동 김도형 교수
김도형(52·사진) 단국대 수학과 교수는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만 몰두하고 싶은 학자이다. 김 교수가 근년에 읽은 책 목록을 보면 얼마나 공부를 좋아하는 ‘서생’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정명석 JMS 교주의 행태에 맞서는 운동을 펼쳐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경기과학고를 2년 만에 마치고 카이스트에 입학했던 그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정 교주의 설교를 들었는데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에 “구역질이 났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여성이 정 교주에게 성폭력 등의 피해를 당한 정황을 확인하고 반(反) 정명석 기치를 내건 모임‘엑소더스’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그동안 JMS 측으로부터 수없이 협박과 폭행을 당했으며 그의 부친은 테러로 몸을 크게 상했다. 그런 김 교수에게 사이비 종교 집단을 고발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나는 신이다’의 파장은 감회가 클 수밖에 없었다.
“정명석과 JMS 집단에 대한 공분이 우리 사회에서 일게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제라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 것도 고맙습니다. 다만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견지해갔으면 합니다. 그래야 어처구니없는 범죄 집단이 이 사회에 기생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과연 건강한지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발호를 저지하기 위해 종교 단체의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입법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정치·법조·문화·언론계 등 각계 인사들이 JMS에 연루되어 정 교주를 옹호해 왔다고 비판했다. “JMS에 포섭된 후 자기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인사들은 불법적인 일을 도우면서도 그에 대한 의식이 없습니다. 현직 검사가 제 출입국 기록을 불법적으로 조회하는 바람에 면직된 적도 있으니까요. 각계 인사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종교적 신념과 함께 개인적 이익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아직도 JMS를 신봉하는 신도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객관적인 증거를 살펴보고 판단하기 바랍니다. 여러분들 주위의 JMS 간부들이 여러분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법원 판결·언론 보도 등의 자료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진실이 무엇인지 받아들이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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