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진통제만 먹었다간…"올바른 치료계획 중요해" [인터뷰]

김가영 2023. 4.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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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경과 전문의 김정은 원장
편두통, 전문의와 함께 종합적 관리 필요한 질환
완치 어렵지만 증상 조절, 예방치료 가능해


두통이 생기면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부 두통은 진통제로 해결되지 않고, 또 진통제를 과하게 복용할 시 오히려 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는 ‘편두통’이 있다.

편두통은 진통제를 오랜 기간 과하게 복용할 시 '약물과용 두통'이 생길 위험이 있다. 또한, 편두통의 경우 약물치료는 물론, 생활습관 관리 등 종합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진통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편두통이 의심될 때, 이를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편두통의 올바른 치료∙관리법은 무엇일까. 신경과 전문의 김정은 원장(서울강민신경과의원)은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 하에 치료 계획을 세우고, 유발인자를 피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편두통의 의심증상을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원장과 함께 편두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신경과 전문의 김정은 원장ㅣ출처: 서울강민신경과의원

Q. 편두통, 왜 생기는 걸까.
현재까지 편두통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외적자극이나 내적자극에 민감한 뇌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내적 또는 외적 변화에 반응하며 두통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편두통의 유발인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유발인자로는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요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술, 카페인, 핫도그, 햄, 베이컨, 유지식품 등의 음식과 니트로글리세린, 실다나필, 실로스타졸과 같은 혈관 확장과 관련된 약물도 유발인자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환경과 기후, 수면부족, 불규칙한 식사습관, 운동, 성생활 등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두통은 칼시토니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 CGRP)라는 신경계 물질과 관련이 있으며, 이에 대한 표적치료가 편두통 예방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 역시 분명히 밝혀진 사실입니다.

요약하면, 편두통은 뇌영상이나 혈액검사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뇌가 내∙외부 자극에 의해 CGRP라는 신경계 물질을 분비하는 것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뇌질환입니다.

Q. 편두통을 흔히 ‘한쪽 머리가 아픈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편두통은 일반적으로 ‘한쪽 머리가 아픈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일상생활 또는 업무에 불편할 정도로 심한 두통이 3~4시간 이상 지속되면 편두통을 강력히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 두통이 시작될 때 ‘조짐’이라는 국소신경학적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에 편두통을 의심해봐야 하는데요. 가장 흔한 조짐은 시각적 조짐으로, △눈앞이 번쩍거리거나 △뚜렷이 보이지 않는 암점이 생기거나 △형태가 변형되거나 △일부 커지거나 작아져 보이다가 심한 두통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조짐 편두통보다 조짐이 없는 무조짐 편두통이 훨씬 흔합니다.

아울러, 편두통이 생기면 빛이나 소리에 과민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구역과 구토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국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진통제를 먹고 두통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두통이 3~4시간 이상 지속된 후 좋아지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도 편두통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편두통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 하에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편두통 있을 때, 진통제만 찾는 사례가 많습니다.
편두통이 있을 때 바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편두통이 경증이거나 초기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진통제에 편두통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물론, 급성기에는 빨리 진통제를 먹어 두통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진통제에 호전이 없는 경우, 두통 횟수가 잦은 경우에는 전문의의 진료 하에 약물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급성기 편두통 완화에 효과가 좋은 ‘트립탄 계열’의 약물은 의사의 진료 및 처방 하에 받을 수 있는 약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급성기에 진통제 복용의 빈도가 늘어나고,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오히려 약으로 인한 ‘약물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어서입니다. 약물과용 두통은 치료가 매우 힘듭니다. 마지막 이유는 편두통의 빈도수가 많은 경우에는 두통 발생과 강도를 줄이는 ‘예방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편두통이 있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 하에 치료 계획을 세우고, 약물치료를 받길 바랍니다.

Q. 편두통, 완치 가능한가요?
편두통은 완치가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항 CGRP 항체주사가 나오면서 완치에 가깝게 치료가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나 대부분의 편두통은 고혈압, 당뇨처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편두통을 유발하는 내적, 외적 생활환경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때 환자 개개인마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인자들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두통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 됩니다. 두통일기를 통해 두통 유발 인자를 파악하고, 이를 피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급성기 약물치료 역시 중요합니다. 편두통이 시작될 때 트립탄 계열의 약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복용하여 두통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급성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편두통 횟수가 잦다면 예방치료를 해야 합니다. 예방치료 방법으로는 △3~6개월 정도의 꾸준한 약물치료 △보톡스 주사치료 △항 CGRP 항체주사가 있습니다.

이 중 항 CGRP 항체 주사는 국내∙외에서 널리 쓰이는 치료 방법인데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탁월해 편두통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치료법입니다. 실제로, 기존의 많은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이 호전되는 것을 임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Q. 증상 완화를 위한 생활습관을 짚어주신다면?

많게는 50% 정도의 환자들이 특정 음식에 의해 두통이 유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편두통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음식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레드 와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커피, 초콜릿, 치즈, 감귤류, 가공육, 그루탐산모노소듐, 아스파탐, 유지식품 등도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부 약물 역시 편두통을 유발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협심증 치료에 사용되는 ‘나이트로 글리세린’, 성기능 개선제 ‘실데나필’, 혈소판 응집 억제제인 ‘실로스타졸’이 대표적인 편두통을 유발하는 약입니다.

또 스트레스나 심리적 요인도 편두통의 주요 위험요인인데, 많게는 80% 정도의 편두통 환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두통의 강력한 유발요인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 여성의 월경기 두통, 금식 또는 과식과 같은 식사습관, 수면부족이나 수면과다, 과도한 운동, 성생활 등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Q. 편두통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수면, 기상, 식사, 운동 등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평소 편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피하고, 조절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편두통은 뇌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분명한 ‘뇌신경계질환’ 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마지막으로, 편두통 환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편두통은 뇌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로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즉, 편두통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는 없으며, 기본적으로 의사의 임상적인 문진과 진찰에 근거하여 진단이 이뤄져야 하는데요. 안타까운 점은, 편두통을 심하게 앓고 있으면서도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으니 내 두통은 원인 모를 불치병이다’라고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고 진통제만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뇌가 과활성화 되는 청소년, 수험생 등이 두통으로 학업이나 업무에 지장을 받을 때, 그리고 주변에서 꾀병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를 볼 때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편두통은 CGPR라는 뇌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분명한 ‘뇌신경계질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편두통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는 ‘신경과 전문의’입니다. 편두통은 최근 획기적인 치료 성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나왔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속해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 괴로워만 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삶의 변화를 꾀하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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