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양곡관리법 대신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하자”

이두리 기자 2023. 4. 5.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다이어트 위해 밥 잘 안 먹어”
이준석 “갈수록 태산, 점입가경”
김웅 “그냥 쯔양이 당대표 하자”
허은아 “어느 나라 민생해법인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조수진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일 “남아도는 쌀 문제가 가슴 아픈 현실인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여성분들을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쌀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고 말했다. 당내 비윤석열계 인사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며 진화에 나섰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공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달 8일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새 여당 지도부가 일부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은 조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있냐고 묻자 조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은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게 하는 내용인데 이게 과연 농업의 미래와 관련이 있냐”며 “남아도는 쌀 문제가 가슴 아픈 현실인데, (민생119에서) ‘밥 한 공기 비우기’와 같은 것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여성분들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면서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쌀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출범한 민생119는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대책으로 ‘섬에 물 보내기 운동’을 1호 과제로 정했다. 첫 회의에서 조 최고위원은 위원들과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향후 활동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 측은 오찬 메뉴로 편의점 도시락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물가상승 탓에 직장인, 학생 등 소비자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찾고 있는 점, 각 편의점은 식품연구소를 만들고 호텔 셰프까지 동원해 연구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민생119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조 최고위원은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마실 만한 물도 중요하지만 공업용수, 농업용수도 부족하다고 해서 물 보내기 대국민 운동으로 명명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취합 중”이라면서도 물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생수가 될 수도 있고 서울만 해도 아리수라는 수돗물이 깨끗하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첫 회의에서는 쌀이 탄수화물이라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통해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의견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중장기 과제라면 당정협의를 거치고 예산을 투입해 저수지 등의 시설을 만드는 게 있겠지만, 민생119는 그런 중장기와는 차별화돼야 하기 때문에 즉시 가능한 물 보내기 운동을 (1호 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윤계 인사들은 즉각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면서 그 대안이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그래서 밥을 잘 안 먹는다’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 ‘밥이 오히려 다른 식품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는 것을(?) 알리자’라고 한다면 이걸 가지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나”라며 “갈수록 태산이다”라고 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오후 4시에 치킨과 맥주를 먹고, 아침에 구내식당에 모여 학식을 먹고, 민생 어쩌구 하면서 편도(편의점 도시락)를 먹고, 이제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자고 한다”면서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그냥 쯔양(먹방 유튜버)이 당대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조 최고위원의 발언을 비꼬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어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민 상처를 후벼파더니 오늘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실언으로 아침부터 농민들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쌀값이 떨어져 걱정이 태산인데 여성들의 다이어트 탓이나 하고 공기밥 먹는 운동을 하자니 이게 어느 나라 민생 해법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유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입니까”라며 “아예 밥 공기 그릇 두 배로 만들어라 하시지, 그랬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 대책이라는 정치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까”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를 얘기한 건데 양곡관리법과 묶여서 나가니까 당황스럽다”고 해명하면서 “그런 아이디어도 얘기를 못 하면 앞으로 민생119도 안 해야지”라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등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다”며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각종 설화로 구설에 오른 김 최고위원은 전날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날 KBS 라디오에서 “4·3 기념일은 이(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 예배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공약에 대해 “나도 반대한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말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보수단체인 ‘북미자유수호연합’ 강연회에 나서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6일 개최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의 계속되는 설화와 관련해 기강잡기를 위한 경고성 발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