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둘이 될 수 없어" 버려진 개와 염소의 우정
반려견과 염소, 이 조합을 목격한 독자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반려동물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크고, 훨씬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에서도 이 둘을 같이 키우는 모습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반려견과 염소 한 쌍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며 한 가정으로 입양을 떠났다는 사실이 전해진 걸 보면 말이죠.
미국 워싱턴포스트,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카운티가 운영하는 공영 동물보호소에 불도그 품종 반려견 ‘펠릭스’와 염소 ‘시나몬’이 동시 입소했습니다. 제니퍼 페데리코 보호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황당함과 놀라움이 뒤섞였다고 털어놓았죠. 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며 “대부분 개와 염소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소는 이 독특한 조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친구에게 안타까운 사정이 있어서였습니다. 펠릭스와 시나몬은 웨이크카운티의 한 도시인 ‘롤리’(Raleigh)의 한 주거지역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펠릭스와 시나몬의 보호자는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까닭에 동물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처음 페데리코 소장은 펠릭스와 시나몬의 보호자가 곧 다시 이들을 데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록 보호자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불행히도 보호자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며 “이럴 경우 동물들의 소유권은 보호소로 넘어오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그 열흘 사이 펠릭스와 시나몬은 보호소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이들이 입소한 첫날, 잠시 건강검진을 위해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이 친구들은 서로가 곁에 없는 걸 엄청나게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네요.
시나몬은 매우 화가 나 있었어요. 몸을 부르르 떨며 펠릭스를 불러댔죠. 펠릭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정신이 없어 보였어요. 결국 이날부터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죠.
-제니퍼 페데리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뒤로도 펠릭스와 시나몬은 늘 붙어다녔다고 해요. 보호소에서는 시나몬에게는 목줄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참 명쾌합니다. 페데리코 소장은 “시나몬이 항상 펠릭스가 가는 곳을 따라다니기에 시나몬에게는 목줄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나몬은 항상 펠릭스를 따라다니며 성장한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상해 보이는 조합이지만, 둘은 분명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어떤 판단을 더할 수 있을까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걸 갈라놓을 순 없잖아요.
-제니퍼 페데리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보호소 관계자들은 펠릭스와 시나몬을 동시에 입양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호소 직원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연을 올렸습니다. 이어서 지역사회 동물 봉사단체인 ‘웨이크카운티 보호소의 친구들’(Friends of Wake County Animal Center)도 SNS 게시글을 통해 입양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자 누리꾼들도 이들의 ‘동반 입양’을 응원하고 나섰습니다.
펠릭스와 시나몬의 사연이 화제를 부르자, 롤리 지역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입양 희망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자 보호소 측이 더 이상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할 정도였죠. 그렇게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펠릭스와 시나몬의 새 보호자가 결정됐습니다. 롤리 지역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재키 뱅크스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뱅크스 씨는 보호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멋진 친구들의 보호자가 되어 행복하다”며 “그들의 영원한 양육자로서 우리 농장에서 지내고 있는 다른 염소와 개들과도 행복하게 지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스 씨는 펠릭스가 중성화 수술을 마친 직후인 지난달 29일 입양을 완료했습니다. 농장 들판을 행복하게 뛰어다닐 반려견과 염소의 모습이 매우 기대가 되는데요. ‘우린 하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고 외치는 듯한 두 콤비가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응원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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