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한 맨해튼지검장 "'입막음 돈' 3건…심각한 범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년 전 선거를 앞두고 성추문 입막음 목적으로 뿌린 돈이 3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은 4일(현지시간) 뉴욕시 형사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기간 불리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숨기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기업 문건을 반복적으로 위조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를 마친 직후 진행한 회견에서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입막음 돈 의혹'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3건이라며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기소의 핵심인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난 2006년 혼외 성관계 발설을 막으려고 대선 직전 13만 달러를 지급한 사건뿐 아니라, '트럼프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고 주장하던 뉴욕시 유엔본부 앞 트럼프월드타워 도어맨에게 3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사실관계 문건 자료에 담겼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 모회사 AMI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인 데이비드 페커는 자신이 소유한 잡지를 통해 그에게 돈을 주고 혼외 자식에 관한 이야기를 독점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임으로써 사실상 입을 막았습니다.
AMI는 트럼프월드의 청소부와 트럼프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도어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발설금지 계약을 해지하려 했으나, 당시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페커에게 '대선 때까지는 도어맨을 풀어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전했습니다.
역시 페커를 통해 한때 불륜 관계였던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한 것 역시 같은 사례로 인용됐습니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가십 스토리를 사들여 이를 공개하지 않는 AMI의 사례들은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한 트럼프는 당선 후 페커와 만나 감사를 표하고 2017년 여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해 "대선 기간 도움을 준 데 대해 고마워했다"고 검찰 문건에 기재됐습니다.
다만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는 오직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13만 달러의 성격을 숨기려고 34건의 트럼프그룹 문건을 위조한 의혹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도어맨과 맥두걸에 대한 입막음 돈 지급 사실은 기소 사실들을 입증하는 사례 정도로 재판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브래그 지검장은 "뉴욕주 법에 따라 다른 범죄를 숨기고 속이려는 의도로 기업 문건을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라면서 다른 입막음 돈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단지 한 번의 지급이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다른 범죄를 숨기기 위해 34건의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우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업 문건 위조만으로는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결국 트럼프의 대선 도전에 방해되는 불리한 정보를 감추기 위한 의도로 이뤄진 불법 행위인 만큼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코언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로 불러 그가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13만 달러를 상환해 줄 것을 약속하고 거의 1년 내내 매달 수표로 나눠 이 돈과 기타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트럼프의 개인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언에게 준 돈의 용도를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료'로 허위 기재한 것이 이번 기소의 근거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브래그 지검장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선거 후보를 띄우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은 뉴욕주 선거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라며 "허구의 법률 서비스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등 선거 관련 혐의로 기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연방 선거인 대선에 출마했던 그를 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브래그 지검장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그가 가진 돈의 액수, 힘의 크기가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백운 기자clou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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