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트럼프, 34건 혐의 모두 ‘무죄’ 주장…대선가도 ‘가시밭길’

2023. 4. 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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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현직 대통령 중 첫 기소라는 불명예를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함께 앉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한마디만 한 채 50분간 진행된 심리 동안 침묵을 지켰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이번 기소 외에 대선 결과 개입과 기밀문건 유출 등 트럼프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그가 앞으로 마주할 사법적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34건의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짙은 파란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메고 법정에 들어선 트럼프는 50분여동안 ‘무죄’라는 한마디 변론을 제외하고는 침묵을 지켰다. 이어 절차가 종료된 후에도 트럼프는 별 다른 입장 표명 없이 곧바로 차량을 타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했다. 법원 출석 직전까지만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그는 법원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너무나도 초현실적”이라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소장을 통해 공개된 트럼프에 대한 34건의 혐의는 모두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 외에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 대한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해 기업 문서를 조작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둘 외에도 트럼프가 다른 인물에게도 입막음용 돈을 지불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혐의에 대해 “불리한 정보와 불법 행위를 유권자들에게 숨기기 위해 기업 정보를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12월 4일 법원에서 다시 검찰과 변호팀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재판 개시 시점을 내년 1월로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고, 트럼프 변호팀도 내년 봄 이후를 주장하고 있어 실제 재판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측 변호인인 토드 블랑쉬는 절차 종료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혐의에 좌절하고, 화가 났다”면서 “우리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트럼프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는 뉴욕 법에 따라 최대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면서도, 실제 재판 결과에 따른 형량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의 검찰 기소 현장을 지켜 본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과거 ‘트럼프 탄핵 조사’를 주도한 바 있는 애덤 쉬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범죄 혐의로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우울한 순간”이라면서도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힘 있는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에서는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에 대한 혐의는 터무니 없다. 우리 모두 후회할 것”이라고 했고, 켄 팩스톤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공화당을 파괴하려는 자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가 재선 레이스에서 마주할 ‘사법 리스크’ 중 일부에 불과하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한 기소가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다른 의혹들이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가 연루된 형사 사건 중 기소가 가장 임박한 것은 그가 2020년 대선 당시 경합주였던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했다는 혐의다.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따르면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애틀랜드 풀턴 카운티 검사장이 이달 중에 트럼프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조지아주 기소가 뉴욕 기소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라며 선거 방해와 공갈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면 각각 최대 10년형과 20년형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각종 민·형사 소송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가 연방 의회 난입 사태를 사실상 조종했다는 의혹과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100여건의 기밀 문건에 대한 특별검사 조사도 진행 중이다.

또한 칼럼니스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으로, 뉴욕에서 법원 심리가 이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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