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식투자성향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증시 변동성 대비 가능[기고]

■ 기고 - 자산관리의 첫걸음 上
박근배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솔루션본부장

시장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번만큼은 다르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딘가 상당히 익숙한 표현이다. 익숙한 표현인 만큼 투자에 있어서 이것보다 위험한 것이 없다. 과거를 되돌아보자.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갈 때 누군가는 조심해야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에 투자자들은 더 많은 지지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들 앞에 제시되는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수많은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존의 투자 방식을 이어가고, 이는 결국 뼈아픈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비단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갈 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매우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주식시장이 급락을 거듭하며 약세장을 이어갈 때, 누군가는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고, 이럴 때일수록 앞으로 펼쳐질 기회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넘쳐나는 비관적인 뉴스에 동요하며, 손실 회복의 기회를 포기하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도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동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도 ‘Investment time horizon’(투자 지평·투자 기간)이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투자 기간에 대한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상당수 투자자의 투자 기간은 상당히 짧다. 즉,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한 결과물을 빨리 얻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려운 구간을 견디지 못하고 섣부른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의 위험은 해당 자산가격의 변동성으로 표현을 하는데, 단기적인 접근을 하다 보니 단기간 내에 많이 오를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투자 자산은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확률도 그만큼 높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곧 위험한 자산으로의 투자 비중이 과도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투자자가 복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복리수익률은 장기적으로 자산의 증대를 이루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복리수익률에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큰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이 하락할 경우, 그동안 쌓아 왔던 투자수익률이 한 번에 다 사라질 수도 있다. 50% 하락한 자산의 원금 회복을 위해 필요한 수익률이 50%가 아닌 100%인 것처럼, 투자 성과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락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는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산 관리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는 틀림없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사실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 기간을 설정하는 것과 변동성 관리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변동성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장기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동성 관리를 쉽게 말하자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의 특성상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 이내에서 투자 성과가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는 일시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고, 다시 시장이 상승할 때 손실 회복은 물론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을 관리함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는데, 투자자가 자신의 손실 감내 수준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투자 성향 또는 위험 성향이라고도 부르는데, 개인마다 다르기 마련이며 시간이 지나고 시장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많은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 주식시장이 강세장일 때는 높아지며, 반대의 경우에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장이 오르면 오를수록 위험 자산을 계속해서 늘려가다가 갑작스러운 시장 하락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변동성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