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여성들 유엔 근무까지 차단… “구호활동 훼손”
여성들의 사회 진출 탄압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유엔 여직원의 근무까지 차단하고 나섰다고 4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최근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州) 유엔 사무실에 현지인 여성 직원이 입장하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아프간에 파견된 유엔 관리들이 당국으로부터 현지인 여성 근무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탈레반의 유엔 사무실 여성 근무 금지 조치는 낭가르하르 지역에서만 포착됐지만, 앞으로 전국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이에 대응, 3300명에 달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이틀간 출근하지 말 것을 5일 통보했다. 이들 중 아프간 여성은 약 400명에 달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아프간 여성 동료들의 업무가 금지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조치가 번복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이들에게 구호를 제공하는 우리의 노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엔은 5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거듭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 근무는 아프간 여성들에게 남은 마지막 취업 수단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와 같은 여성 탄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이 같은 약속을 뒤집는 조치를 속속 내놓았다. 여성에게 두 눈을 빼고 온몸을 가리는 복장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고, 여학생들의 중·고교 및 대학 교육을 전면 금지시킨 등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비판은 물론, 탈레반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딸들을 몰래 해외로 유학 보내는 등 반발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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