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명확하지 못한 요청이 잘못이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4. 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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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의 분노

매사 꼼꼼하고 정확하기로 소문난 이과장은 빠르게 업무를 하는 타입은 아니다. 항상 철저하게 업무를 점검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끝나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이과장이 한 일에 실수는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점검하고 원리원칙을 준수한다. 대충 눈짐작으로 할 일이지만, 반드시 길이를 잰다. 단 1mm의 오차가 없다.

프로젝트 발표회가 있어 이과장은 1주일 전 멘티인 A사원에게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준비를 요청했고, A사원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사장과 외부 전문가가 참석하는 프로젝트의 발표자는 이과장 한 명이라 발표에 따른 준비를 이과장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당일 이과장은 A사원의 책상에 ‘오늘 시간을 내 도와주세요’ 라는 메모를 적어 놓고 출근 전부터 발표장에 가서 참석자 명패, 필기구, 다과 그리고 발표할 PC와 빔프로젝트 등을 준비하였다. 비서실에 CEO 시간을 체크하고, 참석하는 임원들에게 문자로 시간 장소를 알렸다. 외부 참석인사에게도 일시와 장소를 재 확인했고, 발표 장표를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다. 발표는 10시부터 진행되는데, 이과장이 발표할 내용은 1시간 정도였고, 전체 시간은 10시~12시였다. 이과장은 비서실에 중식 여부를 물어 보았다. 비서실에서는 중식도 이과장 팀에서 준비하라고 한다. 이과장은 A사원에게 중식을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팀장에게 요청하여 총 15명의 중식 예약을 부탁하며 장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외부 전문가 한 분이 30분 전에 도착하였다. 로비에서 왔다는 연락을 받고 A사원에게 연락을 하니 자신은 외부 전문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며, 언제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냐고 묻는다. 이과장은 화가 났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냥 됐다고 말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외부 전문가를 만나 발표회 장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다른 외부 전문가가 왔다. 먼저 온 전문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로비에 가서 모셔왔다. 10분 전 팀장과 임원들이 입장하였다. 외부 전문가와 인사를 나누도록 하고 이과장은 발표 자료를 최종 점검했다. 팀장이 CEO는 몇 시에 오시느냐 묻는다. 아침에 시간 말씀드렸다고 했다. 비서실에서 지금 내려가도 되냐고 묻는다. CEO는 3분 전 내려와 외부 전문가와 인사를 나누며 착석했다.

이 과장의 발표가 끝나고 중식 장소로 가기 전, CEO가 팀장과 이과장을 부른다. 외부 전문가가 왔으면 발표회 장소가 아닌 비서실 지원을 받아 외빈실로 모셨어야 했는데 큰 결례를 했다. 그리고, 중식 장소가 왜 고깃집이냐고 한다. 외부 전문가 한 분은 채식주의자인 것 몰랐냐고 주의를 준다. 1시부터 발표회 장소를 다른 부서가 사용하기로 되어 있어 정리를 해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A사원에게 전화하니 외부 식당에서 식사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명확하게 요청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 크지만, 1주일 전부터 부탁했고,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발표회 장에 내려오면 되는데 끝까지 전화 한 통 없고, 내려오지 않은 A사원에게 화가 나기만 한다. 이과장이 사원 시절에는 이런 큰 일이 있으면 먼저 출근해 준비를 다 하고, 선배들이 편하게 일을 마무리 하도록 눈치껏 했는데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청과 지시 모두 명확해야 한다.

‘눈치껏 알아서 선행적으로 일하라’는 시대가 있었다. 선배들이 대충 말해도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다른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진행하는 선배들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는다. 물론 선배들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더 집중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추진하다가 부수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대충 보는 식이었다. 중간에 일의 진행을 점검하다가 미진한 것과 돌발적 이슈를 발견하게 되면 후배에게 하도록 말하거나 또는 자신이 직접 조치했다. 후배들이 일당백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돌출 상황이 발생해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다. 물리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할 수 있었으며, 최종 의사결정자의 세부 지시를 수행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 도와줄 것 있느냐 물어보는 후배들이 그리 많지 않다. 1주일 전 도움을 요청한 것은 기억하지만, 명확하게 몇 시에 무엇을 도와 달라고 하지 않으면 먼저 오늘 무엇을 몇 시에 도와줄까요 묻지 않는다. 도움을 요청한 선배가 자리에 안 보인다고 지금 무엇을 하고 도와줄 것이 있냐 전화하지 않는다. 결국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한다. 요청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요청 사항을 말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 알아서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닌 하나에서 열까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해야 한다.

지시를 내리는 리더 입장에서 5가지를 명확히 하면 일의 성과는 분명 향상된다.

1. 지시한 일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설명

2. 일을 추진하는 큰 틀(프로세스)로 추진 계획(스케치페이퍼)을 설명하고 반나절만에 2페이지 이내로 작성하여 보고하도록 함

3. 빠져서는 안되는 내용(강조내용, 벤치마킹, 경쟁사 자료 등)을 반드시 설명

4. 일을 하며 도움 또는 지원 받을 조직이나 전문가 소개

5. 일을 추진하면서 세부 보고 시기와 내용이다.

일에 대한 경험, 지식, 스킬이 부족한 직원은 어떤 일이 주어지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두렵다는 생각이 병존한다. 수시로 물어가며 자신의 모르는 것과 해야 할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큰 학습이다. 언제든지 묻고 답변하는 열린 문화를 만드는 것이 리더가 할 일 아닌가 생각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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