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공룡은 공동육아의 선구자, 알 같이 낳고 번갈아 품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4. 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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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0만년 전 새와 비슷한 모습의 공룡에서 확인
화석 결정 통해 알 품을 정도 체온 확인
집단 둥지에 알 낳고 암컷들이 번갈아 품어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수각류 육식공룡인 트로오돈은 새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 공룡은 한 둥지에 여러 마리가 알을 낳고 번갈아 품는 공동 육아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Alex Boersma/PNAS

공룡이 서로 번갈아 가며 알을 품는 공동 육아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겉모습 뿐 아니라 체온이나 번식 행동까지 직계 후손인 오늘날 새와 비슷했다는 의미다.

독일 괴테 프랑크푸르트대의 옌스 피비히(Jens Fiebig)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7500만년 전에 살았던 육식공룡인 트로오돈(Troodon) 알 화석을 분석한 결과 여러 암컷이 한 둥지에 알을 낳고 서로 번갈아 가며 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진이 알버타 남쪽에서 발굴한 트로오돈 알 화석./Darla Zelenitsky

◇새처럼 온혈동물, 알 품어 부화 유도

트로오돈은 중생대 백악기에 북미대륙에서 살았던 공룡이다. 두 발로 걸으며 사냥을 한 수각류 육식공룡으로 키는 2m 정도였다. 과학자들은 트로오돈이 새와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추정한다. 뼈는 오늘날 새처럼 비어있어 가벼웠고 깃털이 달린 날개를 가졌다. 하지만 몸집이 커서 날지는 못하고 빨리 달리며 사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의 직계 후손은 새이고, 파충류는 함께 살았던 친척이다. 연구진은 트로오돈 둥지에 그대로 남은 알 화석을 통해 이들의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먼저 트로오돈은 새처럼 비대칭인 타원형 알을 낳았다. 공룡의 친척인 파충류는 둥근 알을 낳는다.

연구진은 트로오돈 알껍질 화석에 있는 산소와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고 질량이 다른 것들을 말한다. 연구진은 온도에 따라 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껍질의 탄산칼슘 결정이 만들어 질 때 온도가 어땠는지 계산했다.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수각류 공룡 트로오돈은 새처럼 체온이 높아 알을 품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Masato Hattori

분석 결과, 트로오돈의 알은 섭씨 42도와 30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오늘날 새와 부합한다. 새는 평소에는 체온이 42도를 유지하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30도까지 떨어진다. 공룡이 알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체온이 높았다는 의미다. 공룡은 알을 땅에 절반 정도 파묻고 그 위에 앉아 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악어나 거북 같은 파충류는 체온이 낮아 알을 품지 못한다. 대신 알을 땅에 완전히 파묻고 지열로 부화시킨다. 대부분 공룡도 비슷했다. 하지만 최근 새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한 공룡들이 알을 품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대의 슌동 비 교수와 중국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의 싱 수 박사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21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뷸리틴’에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서 70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 오비랍토르(Oviraptor)가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룡 뼈 아래에 알들이 있는 화석. 7000만년 전 오비랍토르 공룡이 알을 품다가 죽어 화석이 된 모습이다./미 인디애나대

화석은 다 자란 공룡의 골반과 뒷다리, 앞다리 일부가 알을 덮고 있는 형태다. 공룡 뼈 아래에는 길이 21.5㎝, 폭 8.5㎝의 알이 24개 있다. 그중 7개에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배아의 뼈 일부가 남아있다.

◇집단 둥지에서 번갈아 알 품어

새는 몸을 가볍게 하려고 진화과정에서 난소 하나를 잃었다. 파충류는 난소가 두 개여서 알을 더 많이 낳을 수 있다. 대신 새는 몸 안에서 알 껍질을 빨리 만들고 큰 알을 낳았다. 파충류는 작은 알을 천천히 만들었다. 새는 수적 열세를 부화 성공률을 높여 보충한 것이다.

동위원소 비율로 계산한 결과, 트로오돈의 알 껍질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새처럼 빠르지 않고 파충류와 비슷했다. 연구진은 공룡이 새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지만, 난소는 여전히 두 개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오비랍토르 공룡의 상상도./미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모든 결과를 종합해 공룡이 번식기에 알을 4~6개 낳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화석에는 알이 24개가 모여 있었다. 연구진은 트로오돈 암컷들이 같은 둥지에 알을 낳고 번갈아 가며 품었다고 추정했다. 공동 육아의 선구자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공룡이 냉혈동물에서 온혈동물로 전이되는 진화과정을 보여줬다”며 “같은 방법으로 공룡의 진화과정을 분석하면 어디서 이런 전이가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비히 교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통해 과거 지질시대의 지표면 온도를 재구성하려고 했다”며 “이번 연구는 동위원소 분석법이 기온뿐 아니라 생체에서 이뤄지는 탄산칼슘 결정화 과정도 알려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수각류 공룡 트로오돈은 한 번에 알을 4~6개 낳았다. 하지만 화석에는 20개 이상이 모여 있어 여러 마리가 같은 둥지에 알을 낳고 번갈아 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Masato Hattori

참고자료

PNAS(2023), DOI: https://doi.org/10.1073/pnas.2213987120

Science Bulletin(2021), DOI: https://doi.org/10.1016/j.scib.2020.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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