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두한 트럼프, 수갑도 머그샷도 없었다... 34개 혐의 모두 부인
첫 공판은 12월, 본격 재판은 2024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에 체포된 상태에서 형사법원의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A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4일 (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건국 이래 230여년만에 처음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2016년 대선 직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해 총 34건의 혐의를 적용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34건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기소에 대해 좌절과 분노하고 있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34개 혐의는 모두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사업기록 은폐 및 위조, 금전매수 등이다.
5년 가까이 트럼프를 조사해 온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그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전직 포르노 배우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 달러를 지급한 의혹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가 대선 직전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보내 대니얼스에게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것.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을 통해 코언에게 13만 달러를 변제하면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 문서 조작은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선거법 위반과 같은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회사 기록을 조작했다면 중범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사생활 관련 폭로를 막기 위해 지급한 입막음 돈은 최소 3건이라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대니얼스에게 변호사를 통해 지급한 13만 달러 말고도, 비슷한 시기 트럼프와 성관계 했다고 주장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 대해서도 타블로이드 신문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15만 달러(1억9000만원)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산 뒤 이를 보도하지 않게 하는 일명 ‘취재 후 죽이기(catch and kill)’ 방식으로 입막음 돈을 지급했다는 것.
이외 또다른 제3의 인물에게도 입막음용 돈을 지불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에게 혼외자녀가 있다’고 주장하는 맨해튼 트럼프타워의 도어맨으로 일했던 남성에게도 3만달러(4000만원)를 지급했다는 새로운 혐의가 공소장에 적혔다.
맨해튼 지검의 앨빈 브래그 지검장은 이날 기소인부 절차 종료 후 성명을 내 “맨해튼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시장의 본거지로, 우리는 뉴욕 기업이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기록을 조작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돈과 거짓말의 흔적은 뉴욕의 상식적 상거래법을 위반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법앞에 평등하도록 보장할 엄숙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통상의 형사기소 용의자와는 달리 수갑을 차지 않았으며, 검찰 체포 후에도 수갑을 차지 않았으며, 머그샷(범죄자 촬영 사진)도 촬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이란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은 합성된 트럼프 머그샷을 유포하며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약 1시간여의 기소인부 절차를 마치고 오후 법원에서 나와 곧바로 뉴욕 라과디오 공항으로 이동, 전용기를 타고 자택인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마러라고에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로 대중을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출발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WITCH HUNT(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우리나라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이날 발송된 모금 이메일에서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기소를 앞두고 지지층을 향해 “시위하라” “죽음과 파괴를 가져올 것” “이것은 정치적 기소이자 마녀사냥”이라고 해왔으며, 검찰이 법원에 트럼프의 이러한 공공기관 위협과 법관·재판지 기피신청 행위 등을 멈추도록 엄중 경고할 것을 요청했다.
머천 판사는 8개월 뒤인 오는 12월4일 첫 공판을 열어 검찰과 트럼프 변호팀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은 내년이나 돼야 잡힐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기소와 형사 재판 이슈가 내내 정국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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