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독재의 ‘언론 길들이기’…“국민이 힘 모아 심판할 것”
끊이지 않는 언론장악…어떻게 맞설 것인가
공영방송 장악 속도 내기 위한 수사
방문진 이사진·MBC 사장 해임 의도
차기 방통위원장 검사 출신 거론돼
공영방송은 국민 것…함께 지켜내야
언론과 언론인 정체성 무엇보다 중요
윤석열 정부가 곧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언론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이 벌어졌다.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검찰 수사가 대표적이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감사원감사, <와이티엔>(YTN) 민영화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정부 1년간 언론 분야에서 나타난 여러 퇴행적 변화와 관련해 ‘언론장악, 연대와 협력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4월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고한석 와이티엔지부장, 강성원 케이비에스본부장, 이호찬 엠비시본부장,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등이 참석했다. 진행은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이 맡았다.
신미희(이하 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사회적 변화 중 하나로 검찰 권력의 강화가 꼽힌다. 언론계에서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6개월 넘게 검찰의 방송통신위원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검찰 독재’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언론계에서는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나.
홍원식(이하 홍)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검찰 권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검찰 권력과 정치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가 더욱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첫번째로 (검찰 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위축효과’다. 많은 언론이 대통령과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어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보수 언론과 정치권력의 결탁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티브이조선 재승인 관련 수사를 보면, 정치권력이 특정 언론사의 이익을 과도하게 대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강성원(이하 강) ‘검사 정치’가 매우 위험스러운 수준까지 와 있다.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도 이미 다수의 검사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그 속내는 결국 ‘언론 길들이기’, 말 잘 듣는 언론은 키워주고 쓴소리하면 재갈 물리겠다는 것 아닌가. (언론계는) 과거 10여년 전 종합편성채널 출범 때와 매우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악의적으로 진화한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호찬(이하 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목표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한 위원장 구속과 해임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의 속도를 내기 위한 수사였다고 본다. 엠비시 기준으로 보면 한 위원장을 해임시켜 방통위원의 구성을 여3 야2 비율로 바꾸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엠비시 사장까지 해임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절차 하나하나가 무리수에 무리수를 거듭해야 하지만,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상식적인 과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
신 와이티엔 공기업 지분 매각 건도 살펴봐야 한다. 와이티엔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은 24시간 보도전문 채널이 ‘사영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언론계 우려가 큰데,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뭔가.
고한석(이하 고) 지난 대선 당시 와이티엔에서 천공 인터뷰 등 여러 관련 보도가 나갔다. 윤석열 정부가 와이티엔 민영화에 집착하는 건 당시 와이티엔 보도에 대한 대통령 부부의 복수심이 깔렸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엠비(MB)식 언론장악에 대한 욕망이다. 결국 목표로 삼는 건 ‘24시간 보수 편향 뉴스채널’의 탄생이라고 보는데, 갈수록 정파적으로 변하는 언론 지형에서 와이티엔마저 그렇게 변하면 미디어 생태계는 철저히 망가질 것이다.
홍 우리 언론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종편의 등장에서 비롯한다. 종편 출범 이후 거의 모든 사안을 정치 논쟁화 하면서 공론 영역에서 뉴스의 품질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와이티엔이 모두 잘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런 언론 지형에서 그나마 사실에 입각해 중립적·기계적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온 와이티엔마저 사라지면 그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 정부가 취재·보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도 많았다.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엠비시에 대한 정부의 소송, 케이비에스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도 진행되고 있다.
이 외교부가 낸 소송은 아직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한다. 다만 언론에 대한 공격은 소송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엠비시만 봐도 당장 엠비시 감독기구인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행법상 엠비시는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방문진이 제 역할을 했는지 파악하려면 엠비시의 경영 행위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며 엄청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방문진이 목적이 아니라 엠비시의 꼬투리를 잡아 그것을 방문진 이사 해임과 엠비시 경영진 교체의 구실로 삼으려는 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 케이비에스에 대한 감사는 지난해 7월 국민감사 청구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연말에 한번 더 연장이 됐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은 국민감사를 청구한 세력이 과거 공영방송과 언론 생태계를 훼손시킨 장본인이거나 그들과 연계된 세력이라는 점이다. 최근 케이비에스에서 아카이브를 활용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자녀의 학폭 관련 보도를 냈는데, 그들은 ‘(케이비에스가) 이런 것까지 정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시기를 조절하면서 보도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을 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견제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 공영방송의 권력 감시 보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아울러 방통위원장이 친정권 인사로 바뀌면 공영방송은 어떻게 바뀔까.
정철운(이하 정) 지난해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이 탑승했다는 엠비시 보도의 임팩트는 상당히 컸다. 이후 엠비시 기자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가 이어지기도 했다. 케이비에스의 정순신 본부장 자녀 학폭 논란 보도도 있었듯, 그런 보도를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의 불명확한 화법에 대한 제대로 된 지적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그런 화법은 정부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했다.
고 와이티엔의 지난 역사는 준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단체협약 안에 공정방송을 핵심 노동조건이라고 명문화했고, 그 어떤 공영방송보다 강력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도 마련했다. 그런데 만약 와이티엔이 민영화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윤 추구라는 자본의 속성상 친권력적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와이티엔의 공정보도 시스템을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으니 이를 해체해서 자본에 넘기겠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를 ‘언론장악의 외주화’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강 지난 정부 5년간 우리도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단협이나 편성규약 개정, 주요 보도의 게이트키핑 권한을 갖는 주요 보직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나 중간투표 이런 것들을 강화했다. 아울러 과거 소수였던 언론노조 케이비에스본부가 지금은 다수 노조가 됐다. 이렇듯 우리가 그동안 방파제 쌓는 작업을 해온 건 맞지만, 고 지부장 말처럼 지배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공영방송이 장악되면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신 공영방송을 겨냥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방식의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비상시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언론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정부와 정치권은 자신들이 공영방송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결국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언론탄압 행태가 나타났는데,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힘이 모일 것이고 심판할 것이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인 만큼 국민들과 연대해서 함께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 언론과 언론인의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 정부는 언론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언론인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모욕을 참고 있지만 그 정체성이 어느 시점에는 나타날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 그것이 때로는 국민과 함께하는 측면으로 때로는 반대되는 측면으로 나타나겠지만, 현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론인이 갖고 있는 정체성이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정 저는 아직 위기는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위기는 방통위원장이 교체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몰아칠 것이다. 앞서 연대의 필요성도 말씀하셨는데 과거 2012년 공영방송 파업 때와는 여론이 많이 다르다. 그런 여론과 접점을 찾으려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뉴스와 콘텐츠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게 첫번째 연대의 조건일 것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건희 특검법’도 양곡법처럼? 거부권 시사 법안 줄줄이
- 전국에 많은 비…곳곳에 호우·강풍 경보
- 통과 가능성 낮아진 양곡법…‘원안+α’ 재입법 벼르는 민주, 왜?
- 가수 현미, 북에 두고 온 두 동생 못 보고 ‘밤안개’처럼 떠났네
- 납치·살인 부른 코인판 ‘MM’…2021년 퓨리에버 무슨 일이?
- 천마총서 금관 꺼내자 갑자기 날벼락…조사원은 줄행랑쳤다
- 운전대 놓고 ‘레벨3’ 자율주행…사고땐 ‘급발진 분쟁’ 닮은꼴
- SNS에 노출 사진 올리는 ‘일탈계’…성착취 범죄자들 주요 표적
- 대통령의 엉뚱 ‘가뭄 처방’에 영산강 물 1160만톤 끌어온다고?
- 김재원 “4·3은 격 낮은 기념일” 또 막말…활동 중단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