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야구 선수들이 예의 없다? 더 큰 문제는 어른들에 있다

- 더그아웃에서 상대 조롱하는 모습 많이 사라져. 오히려 이제는 상호존중
- 학생 선수들로 인하여 한국 야구 풀뿌리가 썩어간다는 말은 어불성설

학생야구도 과거 90년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 때만을 생각해서 학생야구를 판단하여 한국야구 풀뿌리가 썩어간다는 주장은 프로야구의 잘못을 후배들에게 전가하는 것과 같다. 사진ⓒ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국제대회에서 성인 선수들이 부진할 때마다 그 화살을 애먼 어린 선수들에게 돌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다. 국제대회에서 프로 선수들이 부진한 것은 학창 시절부터 잘 못 배워 온 탓이며, 이 모든 것은 학생 선수들을 잘 못 가르친 지도자 탓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그아웃에서 상대 선수들을 향하여 야유를 퍼붓는 등 한국 야구의 풀뿌리가 썩었다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깨어 있는 학생야구 지도자들 다수 등장,
이제 더그아웃에서 야유 많이 없어져. 되려 선수들이 더욱 성숙.
더 큰 문제는? 학생야구 교육장에서 '술 자시는' 어른들

결론부터 언급하면, '아니다(No)'를 넘어 '절대 아니다(Never)'라고 할 만큼, 학생야구의 현 상화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잘못된 소리다. 목동구장에서 전국 대회를 단 하루 만이라도 와서 2~3경기를 직접 본다면, 이러한 소리가 얼마나 큰 오류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더그아웃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의 얼굴에 침 뱉는 행위라는 사실을 선수들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주말리그가 시행되면서 선수들이 점차 교실에 있는 시간이 증가했다는 점도 선수들의 인식을 변화하기에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깨어 있는 학생야구 지도자들이 다수 등장하여 선수들에게 야구 이상의 것을 가르치는, 긍정적인 현상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학생 선수들도 야구만 잘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님을 이미 앞선 선배들의 사례를 통하여 충분히 학습을 하고 있다. 일례로 모 학교의 경우,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상대 더그아웃에 야유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많이 없어지면서 자기 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방향으로 많이 선회했다. 지나친 조롱은 주심으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게 되어 있어 선수들 스스로 많이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학생야구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교실과 같은데, 그 교실을 술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부 '동문'들의 행태에 있다. 자신의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데,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술판을 벌이면서 그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라운드 안팎은 엄연한 금연 구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을 한다. 일부 깨어 있는 학부모들이 제지를 해도 되려 큰 소리를 내면서 배짱을 부린다. 특히, 결승전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현상은 극심해진다.

이에 고교야구를 보러 오는 일반 야구팬들은 "어린 선수들이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술판을 벌이거나 흡연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응원하는 후배들을 향하여 조금의 실수가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일부 몰상식한 선배들도 있다. 학부모들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이 없지만, 동문 선배라는 사람들 중에서 이러한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학생선수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점을 아주 명확하게 지적했다.

WBC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한국 야구의 미래가 어둡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되려 학생선수들은 선배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본인들은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결과가 청소년 선수권에서의 호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5년 간의 국제대회에서 U-18 대표팀은 단 한 번도 4등 밖으로 떨어진 일이 없다.

이렇듯, 학생선수들은 최선을 다 하여 프로에서 본인의 기량을 꽃피우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후배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더 바로서야 한다. 그게 맞는 말이다.